▲ 전국체전에서 4강에 진출한 천안 제일고 선수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충남도체육회] |
전국 17개 시ㆍ도 중 가장 전력이 약해 '최약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고, 올 해 좋은 성적 하나 거둔 적이 없는 팀이었지만, 대한민국 최고의 체육 축전에서 상위권에 우뚝 서게 된 것이다.
3학년생 11명, 2학년생 14명, 1학년생 11명 등 36명으로 꾸려진 제일고 축구팀은 첫 경기에서 경북 안동고를 맞아 0-0 무승부 접전 끝에 PK에서 4-3으로 이겼다. 두 번째 경기도 쉽지만은 않았다. 전남 순천고와 공방을 거듭한 끝에 1-1 무승부 상황까지 이어졌고, 또다시 PK 승부에 돌입,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으면서 5-4로 승리를 거뒀다.
제일고는 15일 오전 충북과 결승 티켓을 놓고 준결승전을 벌인다.
제일고 축구팀은 30여년의 전통을 자부하지만 늘 '축구명문'이라는 이름은 동경의 대상일 뿐이었다. 그런 제일고가 몇 년 전 새로운 지도자와 함께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고, 끝내 새로운 역사를 썼다.
제일고 변화의 시작점은 2010년 '내셔널리그의 전설' 박희완 감독이 사령탑을 맡게 됐을 때부터다.
박 감독은 2009년 전반기 리그가 끝난 뒤 선수생활을 접은 뒤 단국대 모교 선배의 권유로 제일고 코치직을 맡게 됐다. 불미스런 일이 계속되며 공석이 된 감독직을 학부모들이 맡아달라고 해 무임승차할 수도 있었지만, 50명이 넘게 지원한 공모를 통해 당당히 감독으로 부임했다.
박 감독은 “새벽에 운동하고, 오후 4시까지 수업을 받고, 또다시 저녁 늦게까지 훈련을 하는 강행군 속에서도 불평 한마디 없이 잘 따라준 아이들이 정말 대견스럽고, 한편으로는 미안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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