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롸-루퍼]미래에서 온 나를 제거해야 한다면

  • 문화
  • 영화/비디오

[영롸-루퍼]미래에서 온 나를 제거해야 한다면

익숙한 시간여행 설정을 새롭게… 영리한 감독이 빚어낸 똑똑한 SF 감독:라이언 존슨 출연:조셉 고든 레빗, 브루스 윌리스

  • 승인 2012-10-11 15:24
  • 신문게재 2012-10-12 11면
  • 안순택 기자안순택 기자
줄거리: 2044년 시궁창 같은 도시에서 살고 있는 조에게 30년 뒤 미래의 자신이 전송된다. 계약에 따라 미래의 자신을 죽여야 현재의 내가 살 수 있다. 하지만 미래의 조는 도착한 과거에서 미래의 악당을 죽여 운명을 바꾸려 한다.

황량한 벌판에 한 사내가 총을 들고 서 있다. 사내 앞에 갑자기 짐 꾸러미처럼 묶인 사람의 형상이 나타나고, 사내는 곧바로 총을 쏘고 시체를 처리한다. 이 사내, '루퍼'다. 조직이 정해준 시간과 장소에 맞춰 미래에서 보내진 제거 대상을 살해하는 킬러다.

제목 '루퍼'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하나의 띠로 연결돼 시간이 나사처럼 휘어져(Loop. 루프)있다는 설정에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er)를 붙여 만들어진 단어다. 영화 속 설정을 빌려오면 '시간암살자' 쯤이 될 듯하다. 2074년은 시간여행이 가능한 세상이다. 하지만 시간여행은 불법으로 규정되고 범죄 조직만 암암리에 사용한다. 조직은 처리해야 할 타깃을 과거로 보내고 루퍼를 이용해 완전범죄를 이룬다. 문제는 루퍼의 운명. 조직은 '계약 해지'된 루퍼를 과거의 루퍼에게 보내고 루퍼들은 미래의 자신을 죽여 '시한부 인생'을 사는 대가로 현재의 안락을 보장받는다. 2044년을 사는 루퍼 조(조셉 고든 레빗)에게 미래의 자신이 보내진다. 미래에서 온 조(브루스 윌리스)를 죽여야 현재의 내가 살 수 있다. 하지만 미래 도시를 장악한 레인메이커에게 아내를 잃은 조는 도착한 과거에서 레인메이커를 제거함으로써 미래를 바꾸려 한다.

과거로 가 미래를 바꾼다는 설정은 '터미네이터'를 연상시킨다. 과거의 나가 미래의 나와 싸우면서 미래의 나의 기억이 바뀌는 설정은 '백 투 더 퓨처'에 가 닿는다. '루퍼'는 이처럼 익숙한 시간여행 설정을 빌려와 효율적인 설명으로 활용하면서 전혀 새로운 이야기로 조립한다.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나가 대립하는 이유는 결국 '지금'을 지키기 위해서일 뿐. 이 지점에서 영화는 소중한 것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의 본성에 관한 드라마가 된다.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풀어낼 줄 아는, 영리한 감독이 빚어낸 똑똑한 SF 영화다. 브루스 윌리스와 함께 2인1역 연기를 소화한 조셉 고든 레빗은 브루스 윌리스의 말투며 연기 습관을 교묘하게 베껴내 외모에서 오는 괴리감을 좁힌다. 그의 연기를 보는 재미가 제법 근사하다.

안순택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3.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1.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2.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3.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4.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5. 경무관급 경찰서 없는 대전…치안 수요 증가 유성에 지정 필요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