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편리함이 가져다준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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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편리함이 가져다준 불편한 진실

[논단]김형태 변호사

  • 승인 2012-10-11 14:17
  • 신문게재 2012-10-12 20면
  • 김형태 변호사김형태 변호사
▲ 김형태 변호사
▲ 김형태 변호사
쇼핑의 즐거움, 이제는 누구나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말이다. 예전에는 집에 필요한 물건들을 구입하러 몇 ㎞나 떨어진 장터에 가야하기 때문에 쇼핑이란 그다지 즐거운 일은 아니었다. 물론 5일장이 들어서는 시골시장은 그 나름대로의 즐거움이 있긴 하였다. 특히 약장수들의 갖가지 묘기대행진을 보고 엿장수들의 구성진 노래를 들으면서 5일장은 흥겨움에 넘쳤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쇼핑은 시골장의 즐거움과는 다른 차원의 즐거움이다. 백화점의 1층에 들어서면 우선 화장품의 향기가 가득하여 사람 마음을 들뜨게 한다. 그리고 한 층 한 층 올라가다 보면 정말 꿈같은 생활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갖가지 화려한 옷, 장신구, 가구, 가전제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몇 백, 몇 천 만원 하는 명품들이 손에 닿을 듯 즐비하게 있고 부유한 사람들이 어떻게 먹고 마시는지를 보여주는 비싼 그릇과 주방용품이 넘쳐 난다.

백화점은 사람들로 하여금 꿈을 꾸게 한다. 그래서 즐거운 것이리라. 심지어 그 꿈을 현실로 착각하게 만든 탓일까, 도에 지나친 낭비벽을 가진 사람을 만들어 냈다. 바로 쇼핑중독증 환자다. 또 한편으로 대형마트에 가보자. 사람에게 필요한 이 세상 모든 물건이 한 곳에 모여 있다. 아니 전혀 몰랐던 새로운 편리한 물건들까지 가득 차 있는 것이다. 이제 카트를 끌고 대형마트의 매장을 한 바퀴 돌아본다. 대형마트에 일단 들어가면 원래 사려고 했던 물건이 아닌 다른 물건까지 충동적으로 사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대형마트는 의도적으로 사람들로 하여금 구매욕을 일으키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쇼핑의 즐거움을 주고 생활의 편리함을 주는 참으로 유익하고 좋은 곳(?)인 것이다.

기업으로서는 이처럼 좋은 사업이 어디 있겠는가? 본사가 서울에 있기 때문에 대형마트는 지역에 대하여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매출액은 서울 본사로 올려 보내면 되고 대형마트의 점장도 과장이나 부장급으로 하여 정규직에 대한 부담도 별로 없다. 마트 내의 상품도 지역 생산품이 필요 없다. 왜냐하면 전국적으로 가장 저렴한 물건을 구입하여 소비자들에게 싸게 팔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능한 한 가장 싸게 생산하여 공급해 주는 업체를 선정하게 되고 그 업체로 하여금 다른 대형마트와의 경쟁을 위하여 최저 단가를 요구하게 된다. 그래서 생산자들에게는 최소 이익만을 강요하고 그 비용에 맞추지 못하면 결국 구매까지 끊어 버린다. 또한 대형마트가 들어선 지역 내의 600여개의 중소점포도 결국 문을 닫게 만드는 것이다. 지역 사람들이 애써 번 돈의 상당부분이 대형마트를 통하여 서울로 간다. 심지어 대형마트는 지역 내 이웃돕기 성금조차 제대로 내지 않는다.

사실 지역 내 중소점포의 경우에 그들이 벌어들인 수입의 대부분은 그 지역으로 다시 환원이 된다. 그러나 대형마트의 경우에 지역에서의 수입이 서울로 올라가지 그 지역으로 다시 환원되지 않는다. 그래서 지역은 대형마트를 통하여 가난해지게 되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은 구매력도 떨어진다. 아마도 조만간에 대형마트 자신도 매출액이 떨어지게 될 것이다. 또 연구결과에 의하면 전국 대형마트의 적정수도 이미 훨씬 넘었다고 한다. 결국 대형마트 사이에도 출혈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이 경쟁의 피해는 누구에게 돌아올까? 대형마트가 아닌 생산자와 소비자들이다. 손실에 대하여 우선적으로 생산자에게, 다음으로 소비자에게 떠넘겨 가장 손실이 적은 방법으로 마트를 운영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대형마트의 편리함에 젖어버렸다. 그래서 그 편리함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게 된 것이다. 최근에 대형마트들은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만든 휴일의 휴무조항이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소송에서 승소하자 곧바로 휴일에도 영업을 재개하였다. 그렇지만 우리들은 남의 일처럼 강 건너 불 보듯 그저 바라보기만 한다. 휴일에도 편리한 대형마트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시작되었고 진행되고 있는 지역중소업체들의 철저한 붕괴를 목격하게 될 것이다. 대전역 앞 중앙시장을 비롯한 각 동네마다의 전통시장은 이미 활력을 잃었고 앞으로도 그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고 이윽고 몰락할 것이다. 사실 인간이 편리함을 요구하면 요구할수록 반대급부로서 또 다른 인간의 더 많은 희생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사실은 진리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식의 함께 좋은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분명하게 예측할 수 있는 한 가지는 또 다시 수많은 전통시장 사람들의 눈물을 보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대전시에서는 몇 조원 이라는 식의 경제파급효과를 주장하지만, 과연 누구를 위한 롯데테마파크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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