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의 기쁨 속에는 농부들의 땀방울이 스며있다. 씨뿌리기부터 김매기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농작물을 자식 돌보듯이 해왔다. 씨뿌리기 전에 땅심을 높이기 위해서 여러 가지 거름을 만들어서 흙과 골고루 섞기도 하고 위에 뿌리기도 하였다. 지금은 화학비료라든지 유기농비료라 하여 공장에서 만들어서 사다가 간편하게 쓸 수 있지만 예전에는 사람이나 가축의 분뇨를 활용하여 퇴비를 만들어 쓰거나 분뇨자체를 거름으로 썼다. 이러한 분뇨의 특이한 냄새를 가리켜 농촌의 향기라고 농담처럼 말하기도 하였다.
퇴비를 만드는 데는 몇 가지 간단한 농기구들이 쓰였지만 분뇨를 거름으로 쓰기 위해서는 특수한 운반용기가 필요하였다. 그것이 바로 똥장군이라 부르는 용기였다. 똥장군은 진흙으로 구워 만든 옹기의 일종이었다. 항아리와 같은 옹기와 달리 커다란 술병처럼 생겼지만 목이 짧고 좁은 아가리와 넓은 입이 달린 배가 불룩한 옹기였다. 지금은 박물관 한 켠에서나 찾아 볼 수 있다.
물과 다름없는 분뇨를 담아서 옮기려면 옮기는 동안 분뇨가 흔들려서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뿐만 아니라 밭에 거름을 줄 때 마치 술병에서 술을 따르듯이 바가지에 잘 따라 담아서 골고루 뿌려주어야 했다. 똥장군에 분뇨를 담을 때는 술병에 술을 가득 담아 마개로 꼭 막듯이 가득 담아서 볏짚으로 똬리를 틀어 마개를 만들어 분뇨가 새어나오지 않도록 꼭 막았다. 이렇게 가득 담은 똥장군을 지게에 올려놓고 등에 져서 운반하였다. 이때 똥장군을 가득 채우지 않으면 지게로 운반하는 동안 출렁거려서 그 반동으로 똥장군이 지게에서 굴러 떨어져 깨지는 난감한 일을 겪기도 하였다. 그러므로 똥장군은 항상 가득 채우지 않으면 안 되었다.
똥장군은 분뇨를 가장 안전하게 옮길 수 있는 생활 속의 발명품이었다. 어스름한 달밤에 논이나 밭을 걷다가 거름으로 쓰려고 모아놓은 분뇨구덩이를 논밭으로 착각하여 발을 디뎠다가 난감했던 일도 있었다.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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