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무용단 '처용' 서울관객 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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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립무용단 '처용' 서울관객 홀렸다

초청공연 뜨거운 갈채… 해오름극장 1500석 가득메워

  • 승인 2012-10-07 16:22
  • 신문게재 2012-10-08 22면
  • 박수영 기자박수영 기자
'서라벌(서울) 밝은 달밤에/ 밤늦도록 놀고 지내다가/ 들어와 자리를 보니/ 다리가 넷이로구나/ 둘은 내 것이지만/ 둘은 누구의 것인고?/ 본디 내 것(아내)이다만/ 빼앗긴 것을 어찌하리.'

처용의 전설과 설화가 다시 한번 관객 앞에 펼쳐졌다. 여인의 고독과 외로움 속 흔들 침대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서울 관객들의 시선을 앗아갔다.

대전 시립무용단은 6일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세계국립극장 페스티벌에 초청돼 '처용' 공연을 펼쳤다.<사진>

지난해 대한민국무용대상 수상작인 '처용'으로 서울 초청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오름극장 1500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시립무용단의 손끝과 발끝에서 피어나는 몸짓의 하모니에 빠져들기에 충분했다. 무대는 옅은 안개 속 커다란 푸른색 달이 떠오른 가운데 '동해 용왕의 아들, 처용'으로 열렸다.

어둠을 뚫고 나와 바라본 달빛 세계, 신비로운 음향 속 다른 곳을 보는 아내 무용수가 모습을 드러내며 무대를 장악해 나갔다.

화려한 볼거리와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는 무용수들의 몸짓은 관객들로 하여금 긴장을 놓지 못하게 했다. 한국무용을 다소 낯설어하는 관객일지라도 누구나 아는 설화를 무대로 재현 공감을 이끌어내기 충분했고, 슬프지만 아름다움을 표현한 몸짓 속에서는 한국무용의 위용이 흘러넘쳤다.

이어 달이 붉은색 달로 바뀌어 아내를 유혹하는 정열적인 역신의 춤은 '욕망'이 회오리치듯 숨 가쁘게 진행됐다.

특히 처용의 또 다른 내면으로 사랑에 대한 인간의 이중적 감정, 양면성을 보여주는 역신의 춤은 유난히 돋보였다.

'밤들이 노닐다가 들어와 자리를 본' 처용은 아픔이 무대 위 고스란히 되살아나며 고뇌는 깊어진다.

그 절망 속 처용이 풀어내는 관용과 체념의 미학은 장엄하게 표현돼 관객들을 한시도 쉴 틈없는 처용설화 속으로 빠져들어 공감을 이끌어냈다. 공연이 끝나자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던 관객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터뜨렸다.

이번 공연으로 대전시립무용단은 지역의 한 무용단이 아닌 한국을 대표하는 무용단체로 서울, 더 나아가 세계 속에 깊이 자리 잡았다는 평가도 받았다.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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