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제선 풀뿌리사람들 상임이사
|
추석을 경과하면서 여러 여론조사 결과가 보여주는 것은 안철수와 문재인 후보가 단일화를 한다면 박근혜 후보를 이길 수도 있다는 점이다. 10% 내외까지 벌어졌던 야권단일후보와 박근혜 후보의 격차가 추석을 경과하면서 박빙으로 좁혀졌다는 여론조사의 결과는 다른 말로 박근혜 대세론이 확연히 무너졌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근 10여년 대통령 후보 또는 그에 준하는 정치인이었던 박근혜 후보 대세론이 이제 대안론으로 바뀌면서 야권의 지지율이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국민들의 관심의 초점이 '박근혜냐 아니냐' 에서 '야권단일후보가 누가되어야 하느냐'로 바뀌는 분위기는 새누리당에는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 정권교체지수라고 불리는 새누리당 후보냐 야권후보냐라는 선택에 대한 여론조사의 결과는 7월 40% 대 46% 수준에서 37%대 52%로 정권교체를 바라는 비중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 야권으로서는 상승기류 때문에 후보단일화만 되면 정권교체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야권에게 장밋빛 전망이 있는 것은 아니다. 야권은 후보를 단일화해야 한다는 과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정치에 무관심한 계층 또는 정권교체에 찬성하지만 직접 참여에는 소극적인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불러내야 한다는 숙제가 놓여 있기 때문이다. 야권이 후보단일화 그 자체에 매달리면 정작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대선의 중요한 이슈들 자체가 사라지면서 오히려 정권교체를 위한 유권자의 관심이 적어 질 수도 있다. 후보단일화는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부터 2011년 서울시장 보궐 선거 등 여러 차례의 학습효과로 과거와 같이 폭발적인 관심을 얻기 어렵다.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서민대중의 고민과 열망을 후보 단일화의 프레임이 끌어안지 못하게 되면서 먹고사는데 큰 지장이 없는 중산층과 식자층 중심으로 정치가 축소 왜곡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무조건 선거연합을 통한 야권후보단일화가 정치에 대해 무관심한 계층을 정치에 끌어들이는 것으로 확장되지 않는다면 야권은 정권교체의 열망에도 또다시 패배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점은 야권지지층을 다모아도 절반 수준이지만 상대적으로 젊은층이 다수이고 이들의 투표 참여의사는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반면에 비슷한 절반의 지지율을 기록한 박근혜 후보에 대한 지지층은 확고한 투표의지를 갖고 있다.
후보단일화가 되어도 상대적 보수성을 지닌 50대의 유권자는 전체 유권자의 40%나 되고 있으며, 20~30대의 유권자는 전체 인구의 37%에 지나지 않는데다 상대적으로 낮은 투표율 때문에 실효성 있는 영향력은 50대의 3분의 2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승부를 가를 40대의 민심을 야권이 사로잡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야권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후보단일화 그 자체가 아니라 정치에 관심이 없는 유권자들이 정치에 참여할 동기를 분명하게 만들어주는 후보단일화를 만들어 내야만 승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먹고살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희망을 불러일으켜주는 민생연합의 내용을 갖춘 후보단일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여부가 승부의 분기점이 되는 셈이다. 후보단일화만 하면 이긴다는 식의 정치공학을 뛰어넘는 정책 경쟁이 그래서 중요하다. 야권은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라는 쟁점을 주도할 뿐만 아니라 책임 있게 그 비전을 실현할 능력을 보여주는 후보단일화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여건은 좋지만 또 다시 패배할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승자독식의 경쟁 사회를 넘어 불안한 삶을 넘어설 비전을 국민에게 보여주어야만 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