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형] 뿌리 찾기의 아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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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형] 뿌리 찾기의 아픔

[NGO소리]이연형 천양원 원장

  • 승인 2012-10-03 13:19
  • 신문게재 2012-10-04 20면
  • 이연형이연형
▲ 이연형 천양원 원장
▲ 이연형 천양원 원장
한국의 효문화진흥원이 우리고장 뿌리공원 내에 설립하게 돼 260억원의 국고예산이 확보됐다는 소식은 우리 지역사회에 매우 큰 기쁜 소식이다. 이 사업 추진을 위하여 심혈을 기울인 염홍철 시장과 현대의 K-HYO(효) 문화 확산에 온 힘을 다 바치고 있는 대전 효문화지원센터 오원균 원장의 노고에 고마운 인사를 드린다.

나는 지난 1월부터 3개월 동안 효지도사 10기생으로 교육을 받으면서 현대의 효(孝)는 전통적인 효사상인 무조건적인 희생, 복종, 순종정신을 강요하는 대신 칭찬을 해줌으로써 HYO(효)로 돌아오게 해야 한다는 이론에 공감한 바 있다. 그런데 효교육에서 뿌리찾기라는 빠트릴 수 없는 내용이 있다. 대전시 중구 침산동에 있는 충효정신 함양의 요람인, 뿌리공원은 개인의 근본을 일깨우고 정체성을 확립해 주어 시대의 질서를 바르게 하자는데 큰 목적이 있다. 그러나 자기의 근본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뿌리찾기 문제에서 엄청난 충격에 직면하게 된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28년 전의 이야기다. 당시 4학년에 다니는 한 남자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와 오늘 선생님께서 '나의 뿌리찾기'라는 용지에 부모 이름과 나이를 기록해 내라기에 어머니는 유을희 나이는 80세, 아버지는 이연형 나이는 42세라고 썼고 형제자매 란에는 자기와 같은 방에서 살고 있는 아이들 이름을 모두 써냈다고 해 사무실 직원들과 함께 마음 아파한 일이 있다. 부모형제 아무도 없는 천애 고아인 이 아이에게는 뿌리 찾기의 개념을 알 턱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 아이는 당시 원장님을 어머니 란에 썼고, 당시 총무였던 내 이름을 아버지 란에 썼던 것이다.

그후 부터 나는 뿌리에 대한 교육을 다시 시작했다. 부모와 형제자매, 일가친척이 있는 아이들에게는 분명히 알게했다. 시설 내에서는 시설 설립자 어르신에게는 할머니라는 칭호를 사용하게 하고 나와 내 아내에게는 '원장 아버지', '원장 어머니'라는 칭호를 하게 해 낳으신 부모와 길러주는 부모를 구분하게 했다. 시설장에게 부모의 호칭을 부르게 하는 것은 부모가 살아있어 연락 가능한 아이들도 있지만, 행방을 알 수 없어 언제 만나게 될 는지 알 수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아버지', '어머니', 또는 '아빠!', '엄마!'라는 단어만이라도 친 부모를 연상하면서 자연스럽게 불러보는 계기로 삼으라는 것이었다. 나 역시 부모의 호칭을 받으면 호칭하는 아이가 더 사랑스러워짐을 느끼게 되더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증언할 수 있다.

효의 실천을 위해 뿌리 찾기를 할 때 괴롭고 슬픈 아이들이 있다. 앞에 예를 든 아이처럼 부모의 근본을 알 수 없어 일가 창립으로 호적을 만든 아이들이다. 요즘 아동복지시설 아이들은 가정이 해체되어 시설에 맡겨졌기 때문에 대부분 부모의 근본을 알고 있고 각기 자기의 호적을 가지고 있기에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6ㆍ25 전쟁으로 고아가 된 친구들과 1960년대에서 70년대 출생자들 중에는 호적이 없어 취적해 준 친구들이 많다. 그들이 장성해 혼인을 하게 될 때, 배우자 쪽에서 뿌리 이야기가 나오면 난감해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아마도 일가창립으로 만들어진 호적을 가지고 있는 시설 출신자들은 아마도 일생동안 뿌리에 대한 큰 멍에를 짊어지고 살아가게 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큰 멍에를 가지고 살아가야하는 고아들은 그래서 불쌍한 것이다. 그러므로 '나의 뿌리 찾기'를 가르치고 효 실천 운동을 지도하는 분들은 주변에 다문화 가정 출신이나 시설 출신자들 중에 이런 문제로 고민에 빠져 있는 자들이 있는지 살펴서 그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도록 배려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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