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상생 발전' 뒷전인 대형매장들

대형유통업체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지역 상생 발전을 입버릇처럼 외친다. 그러나 사실 이들이 발판으로 삼고 있는 대전시에 대한 기여도는 그리 만족스럽지 못하다. 지역사회 환원은 생색내기 수준에 불과하다. 심지어 대전상공회의소에 내야 하는 당연 회비마저 안 내거나 밀리기 일쑤라고 한다.

대전상의에 따르면 관내 대형유통업체 20곳 가운데 절반이 넘는 11곳이 회비를 내지 않고 있다. (주)코스트코리아 대전점과 (주)유레스 세이브존 대전점은 회비를 체납이 상습적이라고 한다. 세금만 잘 내면 됐지 강제성도 없는 상의 회비 갖고 뭘 그러느냐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니다. 회비 체납은 대형유통업체들이 그동안 강조해온 '로컬 프렌들리'가 헛구호였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회비를 내지 않는 유통업체들은 “전국 각지에 매장이 있어 회비 납부가 큰 부담이 된다”고 핑계를 대는 모양이다. 다른 지역 상의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라야 하듯이 대전에서는 대전의 룰에 따르는 게 원칙이다. 대전상의 정관에는 전년도 매출세액 5억 원 이상인 사업장은 당연 회비를 내도록 돼있다, 체납 업체들의 논리대로라면 회비를 착실히 내는 다른 10곳은 전국 규모 매장이 아니라서 낸다는 얘기인가.

전국 각지에 매장이 있다고 해도 지역에 바탕을 두고 지역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한다는 점에서 엄밀히 말해 지역기업이다. 상의의 회비는 지역 기업의 조사와 연구, 건의 및 회의, 교육훈련 등 경영지원 사업과 경제현안 추진에 사용된다. 기업활동이 원활하게 추진되도록 지원하는 기초자금이다. 지역경제 발전을 원하는 지역기업이라면 회비를 내는 게 마땅하다. 누구는 내고 누구는 안 내도 된다면 다른 일반 기업에게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지적이 어제오늘이 아닌데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대형유통업체와 지역경제가 공생하는 길은 알고 있지 않은가. 지역 농수산물 및 상품 구매, 지역 업체 입점 확대, 영업시간 조정 등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상의 회비 납부도 그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