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찬 고려대 세종캠퍼스 경영학부 교수 |
안 후보의 대통령시장 진입선언은 지난 4월 총선 이후 굳건했던 '박근혜 대세론'을 뿌리째 흔들어 놓았고, 민주통합당 대통령후보 경선에서 승리한 후 소위 '컨벤션효과'로 상승세를 타던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을 일시에 멈추게 했다.
일단, 안 후보는 대통령 경쟁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시장의 경쟁구도를 가르치고 연구하는 필자로서 이번 대통령 후보의 경쟁구도를 세 개의 기업이 경쟁하는 과점시장과 비유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아 다음과 같이 분석해 보았다.
대전에 수십 년간 치열하게 경쟁을 해오고 있는 두 개의 칼국수 집(새누리칼국수와 민주칼국수)이 있다고 가정하자. 두 집은 칼국수의 맛을 결정하는 몇 가지 수단으로 경쟁하고 있다. 예를 들면, 국수의 질감, 색깔 그리고 국물 맛 등으로 대통령 경쟁시장에서는 진보와 보수, 경제민주화, 복지논쟁, 남북관계 등이 주요한 경쟁의 요소가 되는 것에 비유될 수 있겠다. 많은 경쟁 수단 가운데 두 집은 국물의 매운 정도(진보와 보수)를 갖고 치열하게 경쟁해 오고 있다. '새누리칼국수'는 순한 맛(보수적 성향)이 강점이고 '민주칼국수'는 매운 맛(진보적 성향)이 강점으로 각각 단골손님을 확보하고 있다. 이 시장구조는 1960년대부터 큰 변화 없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경쟁구조를 갖고 있는 칼국수 시장에 새로운 칼국수 집이 등장했다. 상호를 '철수칼국수'라고 명명한 새로운 칼국수 집이 진입해 시장을 완전히 흔들어 놓고, '새누리와 민주칼국수'의 맛에 식상한 소비자들을 대거 빼앗아가고 둘의 매출액을 능가하기 시작했다. 물론 '민주칼국수의 매운 맛'과 '새누리칼국수의 순한 맛'에 인이 박인 전통적인 단골들은 흔들리고 있지 않지만, 이대로 가면 '철수칼국수'가 시장을 완전 평정할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새누리와 민주칼국수'는 새로운 맛의 칼국수를 연이어 내놓으며 반격에 나서고 있다.
과연, '철수칼국수'는 어떻게 성공적으로 대전의 칼국수 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는가? '철수칼국수'의 시장진입 전략의 핵심은 차별화다.
기존 두 칼국수 집(박근혜와 문재인 후보)을 동시에 공략하기 위해서, 신참인 '철수칼국수'는 '새누리와 민주칼국수'가 수십 년 동안 경쟁하면서 노하우를 갖고 있는 '매운 맛과 순한 맛'의 맵기 경쟁으로는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철수칼국수'는 여론조사를 토대로 소비자들이 매운 맛과 순한 맛이 아닌 매운 맛과 순한 맛의 중간 정도 맵기에 약간 단맛을 느낄 수 있는 칼국수를 원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신장개업 간판을 걸면서 칼국수 맛의 논쟁을 기존 두 집이 경쟁하던 매운맛의 경쟁(진보와 보수, 경제민주화, 복지논쟁 등 기존의 정책과 노선 논쟁)에서 단맛의 경쟁(낡은 정치와 새로운 정치의 논쟁)으로 경쟁의 판을 바꾸어 놓았다.
즉, 18대 대통령 후보 선언을 하면서 안 후보는 박근혜와 문재인 후보를 '낡은 정치'로 규정하고 자신을 '새로운 정치'로 규정함으로써 경쟁의 판을 기존의 진보와 보수, 경제민주화, 복지논쟁, 남북관계 그리고 정치쇄신 등 국민이 식상한 이슈에서 자신이 주도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 논쟁으로 바꾸어 보려는 것 같다.
결과적으로, 안 후보는 차별화 전략으로 경쟁의 주도권을 잡으면서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안 후보가 새로운 맛(새로운 정치)으로 시장을 평정할 지는 매운 정도 보다는 다른 맛을 원하는, 변화를 원하는 소비자뿐만 아니라 매운 맛과 순한 맛에 길들여진 소비자를 더 끌고 올 수 있는 차별화된 상품(정책)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에 달려 있다.
즉, 안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것인 지는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보다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더 잘 파악할 수 있는 능력과 국민이 원하는 바를 실현할 수 있는 차별화된 정책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가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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