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택]후회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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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택]후회의 두 얼굴

[NGO소리]김호택 연세소아과병원장·전 국제로타리 3680지구 총재

  • 승인 2012-09-26 14:23
  • 신문게재 2012-09-27 20면
  • 김호택김호택
▲ 연세소아과병원장·전 국제로타리 3680지구 총재
▲ 연세소아과병원장·전 국제로타리 3680지구 총재
금산의 유일한 여성 로타리클럽인 미향클럽의 초대회장을 역임한 윤현희 회장은 내가 알고 있는 어떤 사람보다 낙천적인 분이다. 로타리 활동에는 더 말할 나위가 없고 사회와 교회에서 벌어지는 좋은 일, 사람이 필요한 일에는 언제나 웃는 얼굴로 자신의 소임을 다 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언제나 감사하다고 말한다. 세상 모든 일이 다 감사하다는 것이다. 아무나 따라갈 수 없는 정신적 내공의 소유자다. 회장 끝난 지 3년 가까이 되어 가지만 미향로타리클럽이 국제로타리3680지구 내에서 가장 모범적인 여성클럽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이유중 하나로 윤현희 회장이 가진 '섬김의 리더십'을 꼽는 사람이 많다.

이 분과 함께 차를 타고 유성 어느 곳을 지나가다가 이 분이 방송통신대학교(방통대)를 졸업했다는 말을 들었다. 학교 다니느라 이 지역을 자주 지났다고 했다. 그리고 일과 공부를 병행하느라 어렵게 졸업했지만 무사히 졸업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성취했다는 마음이 들면서 자신감이 생기더라는 얘기를 들으면서 한 가지 기억이 떠올랐다.

로타리 총재 재임 시절에 기획실장으로 많은 고생을 해준 성지용 회장이 방통대 동창회장으로 취임하는 자리에서 축사를 한 적이 있다. 이임회장은 배석희 선배였다. 고향 선배이면서 금산군과 충남도청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퇴임한 훌륭한 공무원의 표상과 같은 분이다.

축사를 준비하다가 갑자기 읽었던 책의 내용이 생각났다. '후회'에 대한 것이다. 후회를 하지 않고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후회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김정운 교수는 말했다.

하나는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이고, 또 하나는 이미 저지른 일에 대한 후회라고 했다. 저지르고 하는 후회는 금방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는 평생 잊지 못한다고 했다. 여자는 첫사랑을 쉽게 잊을 수 있지만 남자가 평생 첫사랑에 대한 기억을 안고 사는 이유를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후회'로 설명했다.

영화 '건축학 개론'이 연령대를 가리지 않은 인기를 얻었지만 40대 남성들에게서 특별한 인기를 얻었다는 신문기사를 보면 그 말이 사실인 것 같다. 방통대에서 공부한 사람들은 대개 어린 시절 대학을 가지 못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사람들일 터다. 공부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를 안고 살다가 조금 여유가 생기자 방통대를 통해 대학 공부를 하겠다는 마음을 가졌을 것이다. 인생을 살면서 후회하지 않고 살겠다는 마음을 가졌음이 분명하다. 사람을 분류한다면 방통대 졸업생들은 사회에서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다른 집단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짐작된다.

축사는 '이임하는 배석희 이임회장이 훌륭하게 임기를 마무리 했듯이 성지용 신임회장을 뽑은 여러분은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했다'는 덕담으로 마무리했다. 후회하지 않은 삶을 사는 사람은 없다. 원하는 일마다 잘 되고 하는 일마다 성취하는 사람이 없는 것과 같다. 후회는 새로운 일을 도모하는 하나의 자산이 될 수도 있다.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인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후회에 집착하면 스스로의 인생을 망칠 수도 있다. 아무리 많은 후회를 하고 다시는 후회할 일 저지르지 않겠다고 다짐해도 살다 보면 또 후회할 일이 생긴다. 그 후회가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을 다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세상 모든 일이 과유불급(過猶不及) 안에 있지 않을까 싶다. 나는 오늘도 작은 후회를 하며 산다. 그리고 그 후회가 조금씩 발전하는 나, 조금 더 생각이 깊어진 나를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를 바라며 산다. 나이를 조금 더 먹으면 후회하지 않고 살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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