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찬]엄마 젖떼기 - 겡게랍의 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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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찬]엄마 젖떼기 - 겡게랍의 위력

우리문화를 아시나요

  • 승인 2012-09-25 14:13
  • 신문게재 2012-09-26 21면
  • 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
요즈음 세상을 포유동물, 즉 젖먹이 짐승의 시대라 한다. 젖먹이 짐승에는 고래, 사자, 호랑이부터 소, 말, 개, 고양이, 쥐에 이르기까지 매우 많은 종류들이 있다. 사람 역시 이 부류에 속한다. 그런데 이 젖먹이 짐승들은 엄마젖을 먹고 자라는 동안은 유약하기가 이를 데 없어 다른 사나운 짐승들의 공격이나 위협에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특히 사람의 경우에는 그 성장기간이 다른 젖먹이 짐승보다도 길어서 더욱 취약하다. 그러므로 엄마의 보호가 더욱 절실하다.

모든 젖먹이 짐승들은 젖을 뗄 때 새끼들이 젖을 먹으려고 달려들면 사정없이 물거나 위협을 해서 더 이상은 젖을 먹지 못하도록 하여 스스로 먹이를 찾아 먹을 수 있도록 한다. 그런데 사람의 경우는 비교적 복잡한 편이다. 지금은 우유, 분유, 이유식이 있어서 그런대로 쉽게 젖을 뗄 수 있지만 예전에는 달랐다.

요즈음은 아이 엄마가 여러 가지 음식을 풍족하게 먹을 수 있고 균형 있는 영양식을 할 수 있어서 어린아이에게 엄마젖을 충분하게 먹일 수 있지만 예전에는 먹을 것이 변변치 않아 엄마젖이 부족하여 충분히 먹일 수가 없었다. 그러면 엄마젖이 많아질 수 있도록 하는 나름대로의 방법들을 쓰곤 하였다. 그 가운데 하나가 돼지 족발을 삶아먹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도 엄마젖이 많아지지 않으면 숭늉보다 진한 누룽지국물을 만들어 먹이기도 하였다. 온 마을 사람들은 엄마젖이 부족하면 모두 걱정하면서 다른 엄마의 젖을 물려주기도 하였다.

이제 엄마젖을 떼는 시기가 되면 어린아이의 엄마젖에 대한 미련이 엄마의 안쓰러운 마음을 자극하곤 하였다. 어떤 엄마는 아이에 대한 안쓰러움 때문에 몇 년이 지나도록 젖을 떼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젖떼기는 정말로 어려웠기 때문에 단호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 때 등장하는 것이 서양에서 들어와 만병통치약처럼 쓰이던 겡게랍이라는 약이었다. 겡게랍은 매우 쓴 약이었다. 이 약을 엄마젖에 바르면 아기가 젖을 먹기 위해 입을 댔다가 기겁을 하며 울어대곤 하였다. 이렇게 몇 번 하면서 어린아이는 이제 엄마젖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게 되었다.

젖을 떼고 나서도 이유식이 변변치 않던 시절이어서 누룽지국물이나 죽을 만들어 먹이거나 엄마나 할머니가 밥을 씹어서 먹이곤 하였다. 엄마 품에 안긴 젖먹이를 마주할 때면 생각나는 추억의 한 단편이다.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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