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억대 '희대의 사기꾼' 덜미

해외도주 5년만에 중국서… 대전 주무대 295명 피해 부동산ㆍ학교 투자 등 미끼 드러난 범행수법 각양각색

대전을 주 무대로 무려 500억원대 사기행각을 벌인 뒤 해외로 도주했던 '희대의 사기꾼'이 5년만에 중국에서 붙잡혔다.

1년 반 동안 가로챈 돈이 558억원, 전국적으로 산재한 피해자가 29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둔산경찰서는 20일 부동산 투자 등을 미끼로 사기행각을 벌인 뒤 중국으로 달아났던 피의자 장모(53)씨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장씨는 2005년 6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중구 오류동에 '00산업개발'이라는 유사수신 업체를 차려놓고 투자자를 모집, 모두 295명으로부터 550억원 가량을 편취한 혐의로 수배된 상태였다.

그러나 장씨는 2007년 초 중국으로 도망쳐 5년간 도피생활을 해오다 경찰과 피해자들의 끈질긴 추격과 중국 공안의 협조로 지난 5월 중국 현지에서 붙잡혔으며, 경찰은 지난 19일 중국에서 공안으로부터 장씨의 신병을 인계 받아 정확한 범행 내용과 여죄 등을 조사 중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범행 수법은 그야말로 각양각색이다.

장씨는 가장 먼저 중구 오류동에 본사를 둔 유사수신업체를 차려놓고 서울 등지에 사무소를 둔 채 사업가 행세를 하면서, 입소문으로 투자자를 모집했다.

그 뒤 장씨는 자신을 유명 대학 출신의 사법시험 합격자로 소개하며 법조계 인맥을 동원해 법원경매 물건을 싸게 사들인 뒤 되팔아 배당금을 지급하겠다고 속여 투자자들의 돈을 가로챘다.

이 밖에도 장씨는 공사가 중지된 충남 연기군의 납골당을 인수할 예정이라며 투자자를 모집하거나 중국의 아파트 분양을 미끼로 삼기도 했고, 교육사업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학교를 인수할 것이라며 투자금을 받아내는 등 갖가지 사기 수법을 동원했다.

사건을 조사 중인 경찰 관계자는 장씨의 이 같은 범행 수법에 대해 “투자자들의 입맛에 맞춘 맞춤형 사기”라고 표현했다.

이런 수법에 속아 넘어간 피해자들은 적게는 1억원에서 많게는 1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돈을 날렸다.

피해자 중에는 은퇴 후 퇴직금을 몽땅 투자했다 날린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장씨의 사기 행각에는 부인과 조카, 수양아들 등 일가 친척도 동원됐다.

범행에 연루된 피의자가 모두 10여 명으로, 장씨를 제외한 피의자들은 앞서 모두 입건된 상태다.

장씨가 중국으로 도주할 당시 캐나다로 도피했던 부인 역시 불법체류 상태에서 지난 4월 강제추방돼 돌아오면서 경찰에 입건됐다.

장씨는 경찰에 인계돼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도 “중국에서 구입한 명나라때 도자기를 팔면 피해자들에게 돈을 변제 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등 믿기 힘든 진술을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종섭 기자 nom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