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성표 대덕대 총장 |
그나마 런던 발 올림픽 감동 스토리가 있어 짜증스러운 한여름 밤을 꿈꾸듯 보낼 수 있었다. 뒷얘기의 맛으로 재미가 다해갈 무렵 패럴림픽(Para lympic)이라고도 하는 제14회 런던 장애인올림픽대회가 발상지답게 많은 화제를 만들어 내면서 '하나의 삶(Live As One)'이라는 주제로 장애, 국경, 인종을 뛰어넘는 지구촌의 축제가 지난 9일 오후 12일간의 열전을 마쳤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금 9, 은 9, 동메달 9개로 모두 모두 27개를 따내 중국(금 95, 은 71, 동 65개), 러시아(금 36, 은 38, 동 28개), 영국(금 34, 은 43, 동 43개) 등에 이어 종합 12에 올랐다. 이는 하계올림픽 5위에 못지않게 감탄할 만큼 좋은 성적이다.
올림픽을 마치고 '국운상승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느니 '한국이 살아있음을 보여준 대회'라느니 칭찬하면서 열광적으로 성원하고 반겼지만, 패럴림픽은 국가대표선수로서 더욱 진한 감동이 있었고 시사하는바가 달랐음에도 여전하게 메아리 없는 함성이요, 그들만의 잔치로 느껴져 참으로 안타깝다. 도전하는 방식이 다를 뿐 인간한계를 넘어서는 스포츠정신은 다르지 않다. 그렇다. 그들에게 장애극복이라는 수식어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한 태극마크를 단 국가대표로서의 자부심, 스포츠에 대한 순수한 열정, 상상을 초월하는 훈련과정, 드라마틱한 성취의 과정 등이 가려진다. 패럴림픽의 관계자들도 말한다. 단순하게 '장애극복'의 장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간의 경쟁'이라는 보편적인 스포츠로 보아야 한다고. 더구나 특별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최소한 장애인들이 당하는 어려움에 대한 태도를 바꾸고 장애에 대한 오해와 편견은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패럴림픽이 동·하계올림픽이 열리는 같은 해,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것도 'Para'에 포함된 '대등(對等;Parallel)'이라는 뜻을 새겨 올림픽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 아닌가 한다. 단순한 장애극복이 아니라는 것을 다 같이 인식할 때 현장의 감동이 뜨겁게 전달될 것이다. 최소한 기가 막힌 메달을 따고도 무관심 속에 조용히 귀국하는 익숙함은 없어질 것이 아닌가. 당당하게 금의환향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관심과 성원 그리고 박수가 필요하다. 그리고 패럴림픽에서 국적이나 성적에 관계없이 인간한계 극복의 의지와 도전정신을 가장 모범적으로 발휘한 남녀 선수에게 수여하는 '황대연성취상'을 보라. 이 상은 한국 최초의 장애인 여의사인 황대연 박사가 한 언론사에서 받은 상금을 IOC에 기증함으로써 그를 기리는 정신을 담아 제정된 것으로 올림픽에서 MVP에게 수여하는 상과 같은 성격이다.
영국의 세계적인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개막식에서 '표준적 인간(A standard human being)은 없다. 모두가 다르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같은 인간정신을 함께하고(share the same human spirit) 있다'고 하면서 '호기심을 가지라'고 충고 했다. 그것도 말로 할 수 없어 컴퓨터를 통해 화면에 자막으로 세계를 향해 내 보냈다. 정녕 누가 누구를 보고 장애인이라고 해야 되는지 되물음이 아닌가 싶다. 한국은 10m 공기권총·50m 권총의 박세균(41), 한 손에는 총 자루를 쥐고 다른 한 손으로 방아쇠를 당긴 강주영(44), '숙자매'(이화숙 46, 고희숙 45, 김란숙 45)의 여자 양궁 단체, 남자 평영 100m의 임우근(24), 남자 배영 50m의 민병언(27), 남자 탁구 단식의 김형건(28), 45초 허리후리기 한판의 사나이가 된 유도의 최광근(25), 모녀간 5년동안 호흡을 맞춘 보치아의 최예진(21) 등이 한국 금메달의 주인공들이다. 이들을 비롯해 은, 동메달을 포함해 노메달리스트 까지 참가선수 모두 긴 여운 남기는 감동을 준 대회요, 하나같이 어느 누구와도 비할 데 없는 인간 승리의 주인공들이다.
5년간 딸과 호흡을 맞춰온 예진이 어머니는 “예진이가 중증 장애인도, 여성도 무엇이든지 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고, 민병언은 “내가 비장애인이었으면 이런 자리에 올라올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 “저를 이렇게 낳아주신 어머니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여자 육상 100m, 200m에서 은메달을 딴 150㎝ 단구의 전민재(35)는 발로 펜을 잡고 “감독님 덕분입니다. 운동을 포기할까 싶었지만 오기로 끈기로 지금 이 자리에 왔습니다”라고 썼다. 진심이 담긴 내용도 그렇지만, 글씨도 손으로 쓴 것보다 훨씬 잘 썼다. 달필이다. 누가 이들 앞에서 장애를 이야기 할 것인가. 더 이상 장애인이 아니다. 장애는 특성이고 개성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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