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서불택필(能書不擇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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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서불택필(能書不擇筆)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 즉 달인(達人)이다

  • 승인 2012-09-12 14:05
  • 신문게재 2012-09-13 11면
  • 박일규 대전둔산초교장박일규 대전둔산초교장
▲ 박일규 대전둔산초교장, 前충남서예가협회장
▲ 박일규 대전둔산초교장, 前충남서예가협회장
당서(唐書) '구양순전(歐陽詢傳)'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당(唐)나라는 중국 역사상 가장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나라였다. 당시 서예의 달인으로는 당초사대가(唐初四大家)로 꼽혔던 우세남(虞世南)ㆍ저수량( 遂良)ㆍ유공권(柳公權)ㆍ구양순(歐陽詢) 등이 있었다. 이들은 서성(書聖) 왕희지(王羲之)의 서체를 배워 각자 구양순의 엄정함, 우세남의 온화함, 저수량의 곱고 아름다움을 독자적인 경지를 개척하였다. 모두 서도(書道)의 지도자로서 손색이 없었다.

그 중에서 독특하고 힘찬 솔경체(率更體)를 이룬 구양순이 유명한데, 그는 글씨를 쓸 때 붓이나 종이를 가리지 않았다. 그러나 저수량은 붓이나 먹이 좋지 않으면 글씨를 쓰지 않았다고 한다. 세 사람 중에서 가장 나이가 젊은 저수량은 건국공신 위징(魏徵)의 추천으로 우세남의 후계자가 되었는데, 그가 하루는 우세남에게 “저의 글씨를 지영(智英:우세남이 글씨를 배운 禪師)과 비교하면 어떠할까요?”하고 물었다. “지영의 글씨는 한 글자에 5만 냥을 내도 좋다는 사람이 있는 것 같지만 자네는 아무래도 안 될 거야 “그러면 구양순 선생과는 어떨까요?”했더니, “그는 어떤 종이에 어떤 붓을 사용해도 자기 마음대로 글씨를 쓴다고 한다. 자네는 아무래도 안 될거야.” “그러면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 하자, “자네는 아직 손과 붓이 굳어 있다. 그것을 완전히 없애면 크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네.”

붓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은 어느 붓이든 가리지 않고 글씨를 썼다는 말이 아니다. 그도 역시 행서(行書)를 쓸 때에는 그 글씨에 맞는 붓을 선택하였고, 초서(草書)를 쓸 때에는 초서에 알맞은 붓을 선택하였다. 단지 조잡한 붓으로 글씨를 쓰더라도 그의 대가(大家)다운 경지에는 변함이 없었음을 말하는 것이다. 능서불택필(能書不擇筆)에 대해서 왕긍당필진(王肯堂筆塵)에서는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 속설은 구양순까지이고, 그 이후의 사람들은 붓이나 종이를 문제로 삼고 있었다. 주현종(周顯宗)의 논서(書)에서는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는 말이 있지만, 이는 통설이라고 할 수 없다. 행서(行書)와 초서(草書)를 제외한 해서(楷書)ㆍ전서(篆書)ㆍ예서(隸書)를 쓰는 경우에는 붓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붓을 가리지 않을 수 없다”라고 하였으나 달인은 능서불택필(能書不擇筆)하듯 모든 일을 바르게 처리한다.

박일규 대전둔산초교장, 前충남서예가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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