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진섭]과학기술과 정치의 바람직한 관계설정

  • 오피니언
  • 사외칼럼

[방진섭]과학기술과 정치의 바람직한 관계설정

[사이언스 칼럼]방진섭 KAIST ICC운영부장

  • 승인 2012-09-10 14:22
  • 신문게재 2012-09-11 21면
  • 방진섭 KAIST ICC운영부장방진섭 KAIST ICC운영부장
▲ 방진섭 KAIST ICC운영부장
▲ 방진섭 KAIST ICC운영부장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와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라는 말처럼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사회 구성원의 일원이 될 수밖에 없고, 정치적인 환경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인이던 조직이던 싫고 좋음을 떠나 이러한 환경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또한 인정해야 할 것이다. 특히 민주화의 진전에 따라 국민의 대표로서 행정부를 감시·견제하는 입법부의 기능과 역할이 보다 확대·강화되면서 국가 사회 전반적으로 정치의 중심인 국회활동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과학기술계도 예외일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일반적으로 과학기술은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벗어나 국가적인 차원과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객관성과 합리성을 바탕으로 정책을 다루어왔고, 다루어야 한다는 것이 암묵적으로 인식되는 사회적인 가치판단의 기준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일련의 흐름들을 보면 이러한 사회적인 가치판단의 기준이 상당히 훼손되면서 지역적인 이해관계와 집단 이기주의 등으로 과학기술분야의 정책들이 정치적인 타협과 정치적인 의도 및 목적을 가지고 결정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물론 정치적인 결정이 모두 잘못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합리성을 결여한 정치적인 결정은 궁극적으로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과 활용에 문제를 일으키게 되고 이는 과학기술분야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개연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국가가 무한정(無限定)의 재화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기에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활용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정책판단의 기준이 된다. 특히, 과학기술분야의 경우 미래의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요소이기에 한정된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과 선택과 집중을 통한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은 어느 분야보다도 그 중요성을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정책추진도 이러한 가치판단을 바탕으로 추진돼야 하며, 국회도 이러한 기준으로 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부와 국회가 때로는 국가적인 측면보다는 속칭 실세들과 개별 국회의원들의 지역에 대한 이해관계에 따라 과학기술정책을 바라보고 다루고 있기도 하는 것 같다. 과학기술이 이렇게 정치적이고 개별 이해관계 차원에서 다루어질 경우 정책결정의 합리성을 결여하기가 쉽고, 이는 결국 사회적인 갈등과 비용을 지불하면서 자원의 배분·활용을 왜곡하고 또한 비효율을 통해 과학기술분야의 경쟁력을 서서히 약화시키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과학기술정책이 전혀 정치적인 이해관계 및 활동과는 무관하게 결정돼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과학기술도 국가라는 범주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국가의 범주에 속하는 모든 것은 국민의 대의기구인 국회의 검증과 통제를 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지역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현재의 국회의원 선거제도에서는 아무리 과학기술의 국가적인 명분과 사회적인 가치판단 기준을 이야기하더라도 실제 추진되는 정책이 지역 또는 집단의 이해관계와 연관될 경우 명분만을 주장·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정치권과 국회에 지역의 대표가 아닌 국민의 대표로서 과학기술분야를 바라보고 다루어줄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19대 국회가 새롭게 개원을 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고 있다. 또한 올해는 다음 정부를 이끌어 갈 대통령을 뽑는 대선을 치르게 되는 중요한 해다. 국회에서 과학기술분야를 다루는 상임위인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 과학기술분야에 종사했던 분들과 인연을 맺었던 분들이 지역구와 전국구를 통해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그 숫자는 부족하기 짝이 없다. 그래도 여전히 희망을 갖고 있다. 과학기술분야와 관련이 있든 없든 앞으로라도 이제는 순수한 마음으로 정치권에서 과학기술을 다루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싶은 것이다. 그것이 우리 과학기술을 발전시키고 과학기술과 정치의 바람직한 관계라고 보기 때문이기도 하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2.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3.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4.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5.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