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우]독도문제와 가련한 위정자들의 주인의식

[시사 에세이]이달우 공주대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

▲ 이달우 공주대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

지난 8월 10일 대통령의 독도방문 이후 일본 정부가 항의하는 등 우리의 영토주권을 침해하는 터무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독도가 한국의 영토인 것은 일본 정부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일본이 끊임없이 독도의 영토권에 대해 트집을 잡는 것은 그들의 억지주장에 대응하는 우리 정부의 자세에 허점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주지하듯이 독도는 512년 신라의 영토에 소속된 이후 줄곧 한국의 고유영토였으며, 세종실록지리지나 동국여지승람 등 각종 고문헌이나 지도의 기록이 증명하고 있다. 1737년 프랑스 지리학자 당빌이 그린 조선왕국전도에도 독도가 조선의 영토로 그려져 있다.

1667년의 일본의 관찬 고문헌인 은주시청합기(隱州視聽合記)에서도 울릉도(소위 죽도)와 독도(소위 송도)는 조선의 영토이며 일본의 경계는 은기도(隱岐島)라고 기록되어 있고, 1696년에는 도쿠가와 막부의 관백이 울릉도와 독도가 조선영토임을 재확인하고 일본 어부의 고기잡이를 엄금하는 한편 죽도도해면허와 송도도해면허를 취소한 것으로 되어 있다.

1870년 메이지 정부 때의 '조선국교제시말내탐서(朝鮮國交際始末內探書)'에서도 울릉도(죽도)와 독도(송도)가 조선의 영토임을 공인한 바 있다. 1876년에는 일본 내무성이 울릉도와 독도가 조선의 영토임을 확인하고 태정관에게 질문하였는데, 이 내무성의 품의에 대해 1877년 3월 20일자로 '품의한 취지의 울릉도(죽도)와 독도(송도)는 일본과 관계없다'는 요지의 훈령을 내무성에 보낸 기록이 있다.

일본이 독도의 영토권을 문제로 삼는 빌미가 되는 것이라면, 1905년 1월 일본정부가 독도를 다케시마(죽도)라 하여 시마네현의 소관으로 삼아 제멋대로 일본 영토에 편입한 것이 있다. 이런 식으로 한다면, 우리도 '규슈(九州)'를 한국의 영토로 편입하고 억지를 부릴 수 있지 않겠는가? 일본 패망 이후 1946년 1월 연합국 최고사령부에서는 지령(SCAPIN) 제677호를 통해 제주도, 울릉도, 독도(리앙쿠르 도) 등을 일본 주권에서 제외해 한국에 반환시켰으며, 우리 정부는 1948년 8월 정부수립과 동시에 주한미군정(연합국)으로부터 한반도와 부속도서를 영토로 인수하였고, 이해 12월 국제연합으로부터 영토와 주권을 공인받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지난 4일 해병대 독도입도훈련 취소 사실에 대한 보도를 접하고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결정에 참여한 위정자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또 누구를 위하여 중차대한 국사를 함부로 농단한다는 말인가? 화가 나는 정도를 넘어 차라리 그들이 가련하고 또 그런 위정자들에게 나랏일을 맡기고 있는 우리 국민 모두가 딱하기만 하다.

1986년에 시작된 독도방어훈련에 해병대가 해마다 참가해 독도입도훈련을 해 오던 것인데, 훈련을 불과 나흘 앞두고 갑자기 취소됐다는 것이다. 이 입도훈련 취소는 8월 30일 청와대에서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주재로 열린 외교안보정책조정회의에서 결정됐다고 한다. 그런데 취소결정의 과정에도 혼선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한일간의 화해를 종용하는 미국의 입장이 반영됐다거나 심지어는 일본의 중지요청이 작용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으니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일국의 통치권자가 자국의 영토를 방문한 것이 무슨 문제란 말인가? 한국의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한 것은 일본의 총리가 홋카이도(北海道)를 방문한 것과 다를 바 없는 일이다. 일본 총리가 홋카이도를 방문했다고 해서 우리가 이의를 제기하겠는가? 또 우리가 이의를 제기한다고 해서 그들이 납득하겠는가?

일본의 이의를 일축하고 해병대의 독도입도훈련은 예정대로 진행했어야 옳다. 대통령의 독도방문 이후 일본 정부가 이의를 제기하고 강짜를 놓으면서 긴장상태에 들어간 한일관계의 연장선에서 결정할 일이 아니다. 독도입도훈련은 국제정치가 아니라 국내정치의 문제이며, 따라서 일본의 이의는 터무니없는 내정간섭일 뿐이다. 우리 위정자들이 내 나라 일은 내가 결정한다는 주인의식이 박약하기 때문에 일본의 억지와 도발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제발 우리 장관이나 국회의원 등이 그 자리를 위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나랏일을 위해 그 자리에 헌신하게 되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