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종국 서예가, 전 대전시의회 의장 |
하지만 이와 같은 풍요로움과 편리함을 긍정적으로만 평가할 수 없는 요소들도 많이 있다. 이것은 우리가 물질적 풍요로움을 누리고 기계의 편리함을 활용하고 있지만 거기에 반비례해 인정과 사랑까지 기능화 하여 정신적으로는 황폐화 되어가고 있다. 사실 우리들의 가정과 사회에서 인정이 고갈되고 사랑마저 기능화 되었다면 이는 인류가 심각한 정신적 위기에 봉착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 원인이 기능과 지식 중심의 교육, 과학 편향의 발달에 있음을 상기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지식과 과학 중심의 획일화된 사회는 자본주의 사회제도와 결부되어 모든 인간관계를 경쟁 속에 몰아넣었다. 이 경쟁의 속성이란 “내 창고 속에 남보다 많은 것을 가두겠다는 것”이니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너의 사정이나 처지를 이해하기에 앞서 내 앞에 놓인 이익이 우선해야 한다. 개인의 욕망 추구가 자본주의적 이윤의 추구라는 말로 미화되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본의 축적에 이성과 도덕을 상실해 버린다.
이 위기를 슬기롭고 신속하게 극복하는 길의 하나는 예술의 향유다. 예술의 법칙은 경쟁으로 허영심과 증오심을 유발시킨 인간의 정신을 화해시킨다. 그리고는 더 나아가서 인간의 창의력을 혁신시키고 기계관계를 인간구조를 도덕적이고 정서적인 차원으로 순화시킨다. 특히 대전시민들의 경우는 각 지역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어 이 고장에서 사는 긍지를 지니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많은 시민들이 돈만 벌면 이 고장을 떠나 서울이나 다른 도시로 가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고위 공직자마저도 일단 관직을 떠나면 거의 이곳을 떠나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에 소비성 도시, 거쳐 가는 도시가 되어 버린 감이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지역의 전통적 기반에 바탕을 둔 고유한 민속놀이 등을 주축으로 하는 문화행사를 주최하고 향유함으로써 이 지역민들이 동질감과 유대감을 확인할 수 있도록 유도되어야 한다.
물론 이런 문화행사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신명을 발산하고 화합단결할 수 있어야지 행정력에 의해 인위적으로 계획되거나 강제동원 된다면 문화행사를 통해 거두려는 자긍심과 애향심, 단결과 협동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다. 이러한 지역 중심의 문화 활성화는 중앙 행정부의 정책방향과 지방관청의 계획과 지시만으로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 이들 관청은 보조적인 후원의 입장에 머물러 있고, 결국 그 주도적 추진 세력은 지역 문화인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들 토착 문화예술인들의 지역문화에 대한 모색과 창달을 다른 지역에서 유입되어온 시민이라 할지라도 곧 자신들이 현재 살고 있는 지역 대전에 대한 이해와 정감의 폭을 넓히게 될 것이고, 이를 계기로 대전에 차츰 애착을 지니게 될 것이다. 문화 예술의 창달은 이렇게 시민의 의식을 공동체로 아우르는 웅혼(雄渾)한 힘을 지닌 것이다. 시민을 의무나 규율에 의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대전이라는 한 도시의 시민으로 사회화시키는 것이다. 국민들의 예술 향유 능력은 보통교육에서 충분히 이루어져야 하지만 우리나라 교육제도상 불충분하다면 지역마다 있는 평생교육의 장을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정책적으로 배려된 국민교육을 통해 보통사람들의 문화감수성의 질을 향상시키고 그 감각을 대중매체들이 자극하고 충전시킴으로써 자발적인 수요증대가 일어나야 한다. 이러한 수요증대를 통해 지역마다의 고유한 문화를 개발해 자연스럽게 접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그들로 하여금 지역 공동체 의식을 공고히 함은 물론이거니와 시민의식을 고양시켜 보다 밝은 사회 환경을 이끌어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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