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겸훈 한남대 입학사정관 |
입학사정관제와 관련한 논란의 핵심은 사회적으로 지탄의 대상인 성범죄자가 버젓이 합격할 수 있는 선발 공정성에 대한 의문과 사후검증제도의 부실문제 이다. 이러한 문제제기는 입학사정관제의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입학사정관제전형에 대해 오해와 과거의 사례 또는 잘못된 사례를 현재의 현상으로 일반화시켜 왜곡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듯해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12월 대선을 앞두고 대선출마후보자는 공약을 통해 향후 교육정책의 방향과 정책수단들을 제시함에 있어서 국민적 관심사가 민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입학사정관제의 도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고민거리는 우리 사회가 이 제도를 수용할 만큼 사회적 신뢰를 갖추었는가였다. 입학사정관제는 전국의 모든 고교생이 동시에 실시하는 수학능력시험성적을 가지고 선발하던 기존의 방법과 달리 성적 이외에 학교활동이나 교육환경 및 잠재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선발한다. 때문에 이 제도는 도입초기부터 선발방법의 공정성에 대한 강한 의문과 우리나라 고교 교육환경에서 가능한 것인가 하는 문제제기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학사정관제도가 도입된 중요한 이유는 바로 시대적 요구와 우리나라 교육문제의 한계가 임계점에 다다랐다는 사회적 공감 때문이다. 당시에 우리 사교육시장의 비대화는 공교육의 피폐화와 함께 사교육비 부담의 가중으로 서민생계를 위협하였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성정중심의 획일적 선발방식만으로는 창의성과 다양성을 기반으로 하는 21세기의 지식정보사회를 이끌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교육환경이 될 수 없는 점이었다.
입학사정관제의 시행으로 나타난 가장 큰 긍정적 변화는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우선 우리나라 대학들이 고등학교의 교육 과정 및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고등학교차원에서 볼 때는 교육프로그램이 수능이나 내신과 같은 성적 중심의 편협한 구성에서 학생자치활동의 활성화 등 다양한 활동영역의 발굴과 여건조성을 위해 노력하게 했다는 점이다. 물론 지금도 성적중심의 학생지도가 주를 이루고 있는 고등학교도 상당수 존재한다. 그리고 입학사정관제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이 다른 전형을 통해 입학한 학생들보다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태도로 대학생활을 영위하고 학업성취도도 우월하다는 연구결과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한편 성폭행범을 '봉사왕'으로 포장해 입학이 가능했던 점은 입학사정관제가 반드시 보완되어야함을 반증한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로 인하여 입학사정관제의 존폐를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2008년 이후 급변하고 있는 지구촌 패러다임 변화를 비롯해 향후 5년에서 10년 뒤의 완성될 메가트렌드에 대한 거대담론을 이야기 하고 있는 최은수의 '넥스트 패러다임'에서 변화를 논의함에 대한 의미있는 제안을 한다. 어떤 변화를 논의함에 있어서 방향과 방법을 구분해야 함을 지적하고 있다. 변화를 논의함에 있어서 기존의 방향이 맞다면 방법을 개선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 옳은 일이지만 방향을 고려하지 않고 잘못된 방법만을 가지고 문제삼는 것은 더 큰 실패를 범할수 있다.
입학사정관전형이 우리 대한민국 공교육의 나아갈 방향과 부합되는 것이라면 지금 우리가 교육개혁의 차원에서 논의하는 방법은 잘못된 것이다. 방법이 갖고 있는 하자 때문에 올바른 방향까지도 틀어버리는 실수는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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