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용길 충남대 경영학부 교수 |
현 정권은 출범하면서 스스로 '실용정부'라 규정하고, 모든 분야에서 실용적 가치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했다. 민간기업의 경영자로서 뼈대가 굵은 대통령이었기에 명분과 이념보다는 실용성과 효율성이 강조되어 국정을 이끌 것이라 생각했다. 스스로 경제 대통령을 자임하였기 때문에 경제 분야에서 만큼은 확실한 성과를 기대하였다. 아울러 경제를 제외한 다른 분야는 크게 나아지지는 않아도 현상유지는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MB 정권이 저물어가는 지금 이러한 기대는 여지없이 허물어지고 있다. '747 공약'은 이륙도 하기 전에 추락하였고, 경제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었다. 남북문제를 비롯한 국제관계에서는 현상유지는커녕 역사의 시계를 한참 뒤로 돌려 버리는 한심한 결과를 초래했다. 우리는 북쪽에 휴전상태의 북한과 대치상태를 보이고 있으며, 서쪽으로는 중국, 동쪽으로는 일본과 마주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삼국과의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국가의 생존과 발전에 매우 중요한 일이다.
진보정권 10년 동안 어렵게 구축하여 온 평화와 공존의 남북관계는 갈등과 대립의 적대적 관계로 변질되었다. 민족의 화해와 교류, 상생의 물꼬를 튼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은 폐기되고, 그 자리에 '비핵, 개방, 3000'이라는 대북 압박정책이 자리 잡았다. 그리고 임기 내내 북한을 무시하고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과 행동을 하였다. 남한에서 쌀이 썩어 남아도 북한 주민의 굶주림을 외면했다. 그러면서 북한 인권문제를 거론하였다. 적대적 공존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무시하고 수시로 흡수통일을 이야기하고, 북한붕괴를 거론했다. '햇볕정책'이 실종되고 소위 '비바람정책'이 대신하였다. 평화의 상징이었던 금강산 관광은 중단되었고, 민족공영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는 개성공단 사업은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이제 북한은 MB 정권과 상종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틈만 나면 남한을 협박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중국과의 관계는 어떠한가? 한중수교 20년을 맞이하면서 양국관계는 경제적으로 사회문화적으로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이제 중국은 우리의 최대 교역국으로서 작년에 2200억 달러에 이르는 무역이 이루어졌으며, 상호방문자수는 660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그러나 MB 정권은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동북아 정책에 편승하여 대중국 관계를 소홀히 하고 불편하게 하였다. 경제적 차원에서 중국을 이용하려 했을 뿐 진정성 있는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려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천안함 사건과 안평도 포격사건이 있고 나서 중국이 우리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표현하곤 했다. 최근에 김영환 고문사건이 터지자 중국과의 관계는 더욱 소원해지고 있다. 뜬금없는 독도방문과 국제적 규범을 벗어난 일련의 발언을 계기로 하여 일본과의 외교관계도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뼛속까지 친일'이라는 비판을 들어가며 일본 왕에게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던 과거의 행적을 생각하면 뜻밖이다. 이런 경박하고 무례한 행동과 발언은 일본의 자존심을 건드렸고 정치·경제·외교 분야뿐만 아니라 민간부문의 교류까지 위협받는 상황으로 치달아 최근 일본에서의 한류가 위축되고 있다. 우리가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조용한 외교'를 통해 현상을 관리하는 것이 현명한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이벤트성 독도방문으로 인해 상당한 기간 동안 양국 관계가 정상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은 국가의 최고지도자이기 때문에 발언과 행동은 철저하게 국익에 따라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보이는 행동은 너무 즉흥적이고 일관성이 없다. 발언은 경박하고 품위를 벗어나고 있다. 그로 인해 한국외교는 북으로는 북한에, 서쪽으로는 중국에, 그리고 동쪽으로는 일본에 의해 포위되어 혼자 외로운 섬(獨島)에 갇힌 국면이다. 독도를 방문하고 독도에 갇힌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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