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동일 지방분권촉진위원회 위원,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 |
그러나 세종시는 최첨단 시설의 건설만으로 세종시가 본래 지향하고 있는 국가의 경쟁력 강화와 국토의 균형발전 그리고 지방분권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가 없다. 10년 내지 20년후의 미래 환경변화에 맞는 새로운 국정 내용과 방식이 세종시에서 펼쳐져야만 가능한 일이될 것이다. 미래도시는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가 더 중요하다. 즉 시설과 건축물보다 중요한 것은 그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의식과 역량 그리고 그들이 운영하는 일의 내용과 운영방식이라는 의미다.
신행정수도의 명칭과 기능을 헌법적으로 부여받지 못한 세종시는 중앙정부부처가 나뉜 가운데 부득이 국정을 이원화해서 운영해야 하는 어려움을 안고 있다. 당분간은 국정운영의 혼란과 비효율이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정부분할이 수도이전 보다 더 나쁘다고 고집했던 반대론자들의 억지도 다시 커질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국회분원과 청와대 제2집무실의 세종시 설치는 신행정수도로 가깝게 가기전에 과도기적으로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충청권을 중심으로 확산되어 가고 있다. 너무나 당연한 주장이고 반드시 성취해야 할 목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국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세종시 성공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보다 넓혀나가려면 물리적 시설의 이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청와대와 국회에서 근무하는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의 의식, 그들이 일하는 방식 그리고 정치ㆍ행정문화를 바꾸는 일이다.
2020년이면 세계는 딴 세상이 된다. 우리 나라도 크게 달라질 것이다. 저출산ㆍ고령화 시대에 세계 인구는 75억명까지 늘어난다. 그러나 인구증가의 대부분은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나타나며 선진국과 한국의 인구는 오히려 줄고, 고령화와 다문화 사회로 급속히 이동한다. 미국 CIA 분석에 따르면, 글로벌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지만 미국과 유럽의 서구제국은 퇴조하고 중국과 인도가 부상하는 힘의 이동이 시작된다고 한다. 새로운 기술로 무장한 다국적 기업은 세계경제를 더욱 좌지우지하는 가운데 에너지, 식량, 정보기술을 놓고 벌어지는 국가간 경쟁은 전쟁을 방불케 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게다가 국가간 그리고 국내 계층간 격차는 더욱 심화될 것이기 때문에 공정하지 못한 사회체제와 잘못된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해당 국민들의 불신과 비판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바야흐로 세계는 결핍과 격차 그리고 저항의 시대로 접어드는 것이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그렇다면, 세종시에서 펼쳐질 국정운영은 지금부터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분원과 제2집무실 설치로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정치지도자들 특히 국회의원들의 특권의식 탈피와 국정에 대한 신뢰성 확보가 가장 시급하다. 그 이유는 스웨덴이 보여주고 있다. 스웨덴의 국회의원은 세계에서 일하는 시간이 가장 길다. 의원 1인당 평균 입안 건수는 1년에 70건에 달한다. 그런데도 의원들에게는 개인 정책보좌관이 한명도 없다. 의원들은 물질적·권력적 특권을 버리는 대신 국민들의 신뢰와 사랑이라는 특권을 누리고 있다. 이들의 헌신적 노력으로 스웨덴은 세계에서 부패율이 가장 낮으면서 성장과 복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잡은 몇 안되는 나라중 하나다. 스웨덴 사회에 숨겨져 있는 또 하나의 성공코드는 정부에 대한 신뢰다. 세금은 많이 내지만 다시 복지를 통해 돌려받는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국가와 공무원을 믿고, 사람들은 서로 믿는다. 국민들이 행복해 하는 가장 큰 이유다.
세종시내 국회분원과 청와대 제2집무실 설치는 꼭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진짜 의미를 찾으려면, 대한민국 국회와 청와대가 먼저 뿌리부터 변해야 한다. 세종시를 건설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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