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난데 없이 아늑한 품…이름처럼 '덕성스러운' 산

모난데 없이 아늑한 품…이름처럼 '덕성스러운' 산

험한곳 없이 숲이 울창한 흙산…쉬엄쉬엄 오르며 고즈넉한 정취 광덕사ㆍ부용의 묘 등 볼거리 풍부…문화재 많아 역사문화 체험 쏠쏠

  • 승인 2012-09-05 14:34
  • 신문게재 2012-09-07 9면
  • 김홍주김홍주
[충남, 내고향의 산]3.광덕산(699m)



*위치=천안시 광덕면, 아산시 송악면

광덕산(廣德山)은 그 이름처럼 안팎이 모두 넓고 덕성스럽다. 멀리 밖에서 보면 광덕산은 모난 데가 없이 넓은 품을 가진 우람한 산이다. 산 안에 들어가도 어려운 바위나 기암괴봉이 없고 험한 데도 없다. 숲이 울창한 흙산인 것이다.

특색이 없는 평범한 산인데도 광덕산은 많은 사람들이 명산으로 알고 찾아든다. 아마 광덕산의 넓은 품이 포근하고 아늑한 모양이다.

사실 광덕산은 충남의 북동부 충복의 서부 경기도 남서부에서 가장 높고 큰 산이다. 광덕산 주변에는 볼거리도 꽤 많다. 광덕산 광덕면 쪽 자락에 있는 광덕사와 천연기념물 호두나무는 산행 길에 꼭 둘러보아야 할 곳이다.

▲ 광덕사 대웅전
▲ 광덕사 대웅전
광덕사는 832년(신라 흥덕왕 7년) 진산화상에 의해 창건된 절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백제 무왕 때에 창건되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신라의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수행을 마치고 귀국할 때(634년) 부처님 진신사리 100과 법의 그리고 화엄경 등 많은 불보를 광덕사에 전해주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현재의 대웅전은 1872년(고종 7년) 중건한 것을 1970년 해체 복원한 것이다.

광덕사에는 보물 269호인 감지은니묘법연화경 보물 270호인 감지금니묘법연화경 외에도 광덕사 고려사경(보물 390호), 광덕사 면역사패교지(보물 1246호, 조선조 세조가 내린 교지), 광덕사 조선시대 사경(보물 1247호, 효령대군이 사경한 부모은중경과 장수멸죄효제동자 다라니경) 광덕사 노사나불 괘불탱(보물 1261호) 등이 있다.

그 밖에도 도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 호두나무 문화재자료 최근에 발견된 중요 문화재가 많이 있다.

광덕사 들머리에서 부용묘 안내판이 있는 오른 편 골짜기로 30분 쯤 오르면 조선조 3대 여류시인의 한사람이었던 운초(雲楚) 김부용(芙蓉)의 묘가 있다. 순조 때 평양감사를 지낸 김이양(履陽)의 소실이었던 부용은 한시 350수를 남겼다. 매년 천안 문화원 주최로 4월에 추모행사가 열린다.

광덕사 반대편의 아산 쪽 강당골(아산시 송악면 강당리) 쪽에는 강당사(관선재)가 있고 가까운 외암 마을의 민속보존 마을이 있다. 강당사는 묘한 유래가 있다. 강당사는 원래 관선재였다.

▲ 부용의 묘
▲ 부용의 묘
조선조 숙종 때 경영관을 지낸 외암(巍巖) 이간(李柬)이 관선재를 짓고 유학을 강론했는데 근대 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이 내려졌을 때 철폐를 모면하기 위하여 마곡사에서 가져온 불상을 관선재에 모시고 승려를 두어 강당사라 했다고 한다. 외암리 민속마을에서는 조선시대의 옛 생활상을 살펴볼 수 있다.

그 밖에도 광덕산에는 난리 때 2 만 명이 피란을 했다는 이마당 약수(고스락 아래) 장군바위(망경봉 길 잘록이) 등의 명소가 있다.

신증 동국여지승람 온양군 편 산천 조에는 '읍 서남 쪽 13리에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난리가 나거나 나라에 큰 일이 생기면 산이 운다는 전설이 있다.

어느 날 광덕산 산행에 나선 나는 조선 중기의 여류시인 운초 김부용의 묘가 있는 골짜기 길에 들어섰다. 여러 차례 광덕산 산행을 했으면서도 김부용의 묘를 보지 못했고 이 산길로 광덕산을 올라보지 못했기 때문에 홀가분하게 혼자 산행을 하는 기회에 이 산길을 골랐던 것이다.

한시 350 수를 남긴 운초 김부용은 개성의 황진이, 부안의 매창과 함께 조선조 3대 시기(詩妓)로 알려져 있다. 천안의 문화인들이 매년 추모제를 지낸다고 한다. 그러나 김부용의 묘는 그녀의 명성과는 달리 초라해 보였다. 김부용 묘를 지나 장군바위로 오르는 산길은 매우 호젓했다. 주릉의 장군바위에 이르기까지 등산객을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다. 그러나 장군바위에 이르자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여기 고스락에서 장군바위에 이르는 주릉 길은 광덕산의 필수 산행길이기 때문이었다.

장군바위에서 고스락까지는 아기자기한 길이지만 숲 속이어서 조망은 좋지 않았다.

계룡산 등 충남의 산들이 거의 조망되는 고스락은 사람들로 붐볐다. 주요 산들을 훑어 본 뒤 광덕사 쪽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가파른 산길을 내려서서 광덕사를 둘러보고 천연기념물 호두나무도 챙겨 본 뒤 그날의 산행을 끝냈다. 모두 4시간 30분이 걸린 산행이었다.

●챙겨보기

1. 외암리 민속마을(중요 민속자료 236호)

광덕산 산행기점의 하나인 강당골에서 가까운 외암리(아산시 송악면)에 볼거리가 많은 민속마을이 있다. 예안 이씨가 대대로 살아왔던 외암마을이 국가지정 문화재 중요민속자료 236호로 되어 있다. 모두 86호로 규모가 큰 이 민속마을엔 충청지방의 양반집과 서민의 초가 등이 어우러져 있고 집들은 돌담이 둘러싸고 있으며 설화산에서 흘러온 맑은 물이 집집을 돌아 흐르고 있다.
충청지방의 전통적 살림집 모습을 볼 수 있는 민속문화의 보고이며 온 마을이 민속박물관이다. 광덕산 산행길에 보고 간다면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2. 천연기념물 398호 광덕사 호두나무

광덕사 바로 앞에 있는 천연기념물 제 398호인 광덕사 호두나무<사진>를 챙겨보아야 한다. 높이 182m의 거목으로 수령 약 400년 정도로 추정된다 한다. 전설에 의하면 약 700년전 고려 충렬왕 16년(1290년) 9월에 영밀공 유청신(柳淸臣)이 원나라에 갔다가 돌아올 때에 호두나무 묘목과 열매를 가져와 묘목은 광덕사 경내에 심고 열매는 자신의 고향집에 심었다고 한다.
현재 광덕면 일대에는 25만 8000여 그루의 호두나무가 재배되고 있으며 천안의 상징 과일로 되어 있다. 광덕사 앞에는 호두나무 시배지를 설명하는 '호도 전래 사적비(胡桃傳來史蹟碑)'가 세워져 있다.

●산행 길잡이

▲산길

가)광덕사 길
1)등성이 길:광덕사주차장~상가 삼거리~왼편 길~등성이~고스락(약 1 시간 40분)
2)광덕사 골짜기 등성이 길:광덕사 주차장~상가 삼거리~광덕사~골짜기-등성이(1번길과 같음)~고스락(약 1시간 40분)
3)광덕사 장군바위 길:광덕사 주차장~광덕사~골짜기~장군바위~(주릉)~고스락(약 2시간 10분)
4)부용묘 길:광덕사 주차장~들머리~부용묘~(등성이 길)~장군바위~(주릉)~고스락(약 2시간 30분)

나)강당골 길
(5)철마봉 길:강당 주차장~철마봉~정자~고스락(약 1시간 20분)
(6)멱시 마리골 길:강당 주차장~멱시길~멱시~마리골~이마당 약수(또는 묘 등성이길)~고스락 (약 1시간 20분)

▲교통

광덕사 방면: 천안 아산을 잇는 21번 국도에서 623번 지방도로 들어서서 가다 광덕사 가까이에서 629번 지방도에 이으면 광덕사에 이른다.
강당골 방면: 아산에서 공주로 가는 39번 국도에 들어가 송악면청에서 나가면 강당리는 가까이에 있다.
대중교통:천안 버스터미널에서 광덕사와 강당리에 시내버스가 자주 다니고 있다.

▲조망

북: 설화산 연암산 배방산 망경봉 태화산 성거산 태조봉 흑성산 작성산 은석산
동: 운주산 금성산 샘봉산 고리산 계족산 식장산 보문산 우산봉 금수봉 계룡산 갈미봉 무성산 국사봉
남: 태화산 칠갑산 축융봉 월명산 국사봉 월명산 아미산 만수산 성주산 오서산 용봉산 삼준산 수덕산
서: 안락산 가야산 석문봉 도고산 영인산

김홍주 소산(素山)산행문화연구소장은?

1932년 금산 출생. 42년간 교단에 서오다 1997년 퇴직한 뒤 산행문화의 발전을 위해 꾸준히 활동해 오고 있다. 산행을 주제로 한 저술활동으로 '한밭 그 언저리의 산들', '한국 51 명산록', '조망의 즐거움', '산행문화와 웰빙 라이프' 등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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