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병' 예술로 태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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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병' 예술로 태어나다

청춘착란 박진성 저

  • 승인 2012-09-05 14:13
  • 신문게재 2012-09-06 12면
  • 배문숙 기자배문숙 기자
▲ 청춘착란  박진성 저
▲ 청춘착란 박진성 저
젊은 시인 박진성은 『목숨』과 『아라리』라는 두 권의 시집으로 매우 독특한 시적 개성을 보여줬다. 그가 첫 산문집인 『청춘착란』을 출간했다. 이 책은 오랫동안 혹독한 마음의 병을 앓아온 한 시인의 적나라한 문학적 삶이, 자신의 자율적 의지와 영감에 의해 오랜 시간 묵묵히 관찰되는 동안 쓰인 전작 산문집이다.

시인 박진성은 1978년 연기 출신으로 대전에서 자랐다. 그는 고 3 올라가던 1996년, 공황장애 증상을 처음 겪기 시작했다.

그는 공황장애 증상이 곤혹스러운 것은 “언제 공황 발작이 올지 모르는 공포, 언제 호흡곤란이 오고 언제 비현실적인 생각들이 덮칠지 모르는 공포”(25쪽) 때문이라고 말한다. 정확하게는 1996년 2월 7일, 그러니까 박진성이 열아홉 되던 해부터 서른다섯 된 지금까지 이어져온 이 공포 감정은 결국 박진성의 모든 것을 압도해버린다.

그는 2001년 등단 이후 줄곧 자신만의 특별한 시 세계를 축조해왔다. 그의 시는 한마디로 '병시(病詩)'라 일컬어진다. '공황장애'가 내내 그의 정신세계와 시 세계를 지배해왔기 때문이다. 그의 시는 병과 고통이 어떻게 언어와 예술로 치환되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병의 알몸과 병-상태 인간이 보여주는 인간의 적나라한 진실을 고스란히 드러낸 그의 시는 이제 문단에서 하나의 고유한 작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는 여전히 젊다. 고3이란 어린 나이부터 자신을 지배해온 공황장애를, 이제는 극복했다고 말하는 그의 글은 우리 시대의 청춘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많을 것이다. 병과 고통은 단순히 받아들이고 인내하는 것만이 아니다. 거꾸로 뒤집어보면, 즉 '착란'해보면, 어디에도 살길은 있다. 이 책은 오랫동안 박진성의 시를 좋아해온 독자들은 물론이고, 아름다운 문장에 강마른 독자들에게도 반가운 책이 될 것이다. 또 '희망 없음'이란 증후군에 빠져 있는 젊은이들에게도 훌륭한 처방전이 될 것이다.

열림원/박진성 지음/376쪽/1만2800원

배문숙 기자 mo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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