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충청 새누리당 왜 피하려 하나

▲ 최재헌 기자

가장 두려운 것은 내 자신을 속이는 것.

행정수도는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의 아킬레스 건이다. 그동안 행정수도-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의 변화를 겪으며 가장 정치적 피해를 본 집단은 새누리당이다. 그나마,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수정론의 파고속에서 세종시 원안에 손 들어 주면서 수정안은 물건너 갔다. 박 후보는 그래서 지금도 충청권에서는 신뢰의 정치인으로 흔들리지 않는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청와대 2집무실과 국회분원을 세종시에 설치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목소리에는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지금 당장 필요치 않다는 주장이다. 아예 다 이전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것은 이미 법적으로 문제가 됐다.

마치, 행정수도 천도론 논쟁과, 수정론대 원안의 논쟁을 다시 대하는 모습이다. 겉으로는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기선을 빼앗긴 탓인지, 새누리당은 못내 미지근 하다.

한편에서는 보다 중요한 것을 내세우면서, '세종시가 뭐 그리 중요한가. 대전과 충청을 얼마나 발전시킬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도 하다. 정부부처가 내려 온다해서 충청 발전이 얼마나 이뤄 질 수 있느냐는 논리인데, 그건 이미 행정수도 이전시기부터 논란이 됐고, 답이 나온 사항이다. 더 이상 말하는 것이 오히려 정치적이다.

이는 분명, 그동안 충청권에서 어려움을 겪던 새누리당의 혹시나 하는 우려에서 비롯된 자의식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새누리당은 최소한 충청권에서 만큼은 우의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이 때문에 다시 결정적인 순간에 새누리당에 '독'이 되지 않나 하는 우려의 생각이 든다. 행정수도-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문제가 이제는 충청권에서 큰 이슈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참모들도 있을 것이다.

그 판단이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러하듯이 본래적인 마음을 속이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박근혜 후보가 약속했던 '플러스 알파'는 충청인이라면 누구나 기억하고 있다. 문제는 그 플러스 알파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차라리 박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최소한 세종시에서 한달에 한번은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연초 국회에서 신년 연두사를 하겠다는 공약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여야를 떠나, 세종시 건설의 의미를 살리는 길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