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선미 한국한의학硏 의료연구본부장 |
필자는 평소 건강관리를 위해 경혈지압에 대한 강의를 해왔는데, 이런 이력을 알고 있는 사람들 역시, 언제 어디서나 스스로 할 수 있는 좋은 건강법을 배우고 싶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그때 마다 사람들을 외면할 수 없어 숙면을 유도하는 경혈을 지압해주면서 생활 섭생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건강관리가 개인의 능력이자 제일 중요한 자기 관리 기술이라는 건 모두 동의할 것이다. 모든 일에는 미미하나 한참 전부터 조짐이 있고, 작은 실개천의 물들이 모여 큰 강물을 이루듯이, 우리 몸에도 봄부터 우는 소쩍새가 있기 마련이다. 미리미리 대비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관리 기술이라는 것은 어디서도 예외가 없다. 조선말기 사상의학을 창시한 이제마 선생도 책 말미에 사람들마다 자신의 병을 알고 집집마다 의학을 알게 해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세상을 밝히는 의학의 본문이라는 뜻의 메시지를 전달한 바 있다.
최근 연구자료를 보면, 양·한방 병의원을 찾지 않고, 자신의 건강관리를 목적으로 이용하는 민간요법을 국민의 70%정도가 활용하고 있으며, 아울러 많은 이들이 자의적으로 선택하는 요법들에 대해, 국가가 공신력 있는 정보를 제공해주기를 바라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병의원을 내원해 생활지침을 전달받을 때 쉽게 집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민간요법을 안내 받기를 원하고 있다.
병이 나면, 당연히 의료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며, 의료인과 환자가 합심해 질병극복을 위해서 노력해야한다. 그 과정에 전문 의료인의 의료 처방에 따라 질병을 치료하는 것 외에 생활에서 질병치유를 극대화하는 노력을 환자들이 스스로 하고자 많은 방법을 모색한다. 이때 충분한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모든 의료인들이 갖고 있는 생각이지만, 참고할만한 과학적인 자료와 근거들은 부족하다. 심지어는 민간요법을 둘러싸고 난무하는 다양한 지식과 사례들의 복잡성 때문에 권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현실이다.
그런데 병이 나기 전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스트레스, 불규칙한 식사, 과로 등 다양한 위험인자에 노출되어 살고 있는 터라 몇 년이 지나면 병이 생길 것이라고 짐작은 해서 조심 또 조심하고 싶지만 살기 바빠서 놓치기 마련이고, 작은 위험 신호들이 나타나도 무시하기 쉽고, 대수롭지 않게 지나치는 게 일반적 상황이다.
국가에서 검진사업을 충실히 해 조기에 발견하는 질병도 있지만, 여전히 불건강 상태로 체크만 되는 인구가 검진 인구의 60%를 육박하고 있는 실정에서 양방병명으로 진단은 받지 않았으나 필히 건강을 관리해야할 위험수위에 많은 이들이 놓여 있지 않은가.
한의학은 진료를 할 때 병과 미병 두 가지로 대처한다. 병에 걸리면 병을 치료하고, 미병 즉, 아직 병으로 발전하지 않았을 때는 위험요소를 파악하여 바로 잡는 노력을 했고, 미병을 잘 다스려 병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을 한의학 최고의 덕목으로 생각했다.
미병을 관리하는 것은 생활밀착형 한의학의 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우리 조상들은 의료인과 민간이 협업으로 질병을 치료, 예방, 관리할 수 있도록 현실적으로 필요했던 것이 민간요법이 이었을 것이고, 그 민간요법은 의료인을 통해 전달되고, 지혜로운 선험자들을 통해 전달된 전통지식이자 자산이었다.
현시대에도 건강한 삶을 국민들이 영위하기 위해서는 생활밀착형 건강관리법이 민간에서 열심히 생활화 되어야 하고, 의료인 입장에서는 민간요법이 무분별하게 오·남용되지 않도록 신뢰성있는 정보를 가지고 지도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한의학이 미병 관리 정신을 현대에 적극 활용하고, 생활밀착형 한의학 지식을 민간이 믿고 활용할 수 있도록 국가가 제공하는 것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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