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대법원 '정의의 여신상'에 대한 유감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김형태]대법원 '정의의 여신상'에 대한 유감

[법률이야기]김형태 변호사

  • 승인 2012-09-03 14:05
  • 신문게재 2012-09-04 20면
  • 김형태 변호사김형태 변호사
▲ 김형태 변호사
▲ 김형태 변호사
우리나라 대법원 안에도 정의의 여신상이 있다. 그런데 이 정의의 여신상이 독특하다. 한복을 입고 오른손에 천칭저울을 들고 왼손에는 법전을 안고 있다. 칼을 든 강한 이미지의 여신상이 아닌 법전을 든 부드러운 여신상인 것이다. 원래 정의의 여신은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디케(Dike)다. 제우스와 테미스 사이에 난 딸이며 '질서'를 뜻하는 에우노미아, '평화'를 의미하는 에이레네와 자매지간이다. 이들 세 여신은 계절의 여신 호라이라고 불리며 이들이 바로 계절과 자연의 질서를 지배하는 신들인 것이다. 특히 디케는 로마시대에는 유스티티아(Justitia)로 불려 졌는데 이 여신의 이름으로부터 영어에서 정의를 뜻하는 저스티스(Justice)라는 용어가 나왔다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정의의 여신상은 대부분 서서 오른손에 칼을, 왼손에는 천칭저울을 들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정의의 여신은 독특하게도 앉아 있으며 오른손에 천칭저울을, 왼손에 법전을 들고 있다. 예술이란 작가의 자유로운 창조물이라고 하지만 예술이 무엇인가를 표현할 때에 적어도 그 표현의 올바른 의미는 나타나야 하지 않겠는가? 정의의 여신이라면 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분명한 작가적인 의미가 담겨져 있어야 한다. 그런데 대법원의 정의의 여신은 법전을 왼손에, 오른손에 천칭저울을 들고 있다. 이 조각에서 보이는 작가가 본 정의란 무엇일까? 바로 법전을 의미하고 있는 것 외에 달리 아닌 것처럼 보인다. 대법원에서 마음에 들어 대법원의 대법정 앞에 놓았으니 이 조각상을 통해 대법원에서는 정의란 바로 법전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법관이 법전에 충실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정의란 법전과는 다른 것이다. 사실 우리 시대의 정의를 법전으로 보고 있는 조각상은 정의(正義)에 대한 최악의 정의(定義)인 것이 분명하다. 지난 이야기이지만 박정희 대통령시절 유신헌법을 만든 헌법학자뿐 아니라 그 시대의 법조인들은 인간이 만든 법률이 얼마나 인간을 고통스럽게 할 수 있는지를 확실하게 경험했다. 그리고 법률이 위정자의 편의를 위해서 만들어지는 경우에 인간에 대한 억압과 폭력 외에 달리 아니라는 것도 똑똑히 보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법원은 정의의 여신상을 통해 정의를 법전으로 보는 반복된 어리석음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법 만능의 사고가 아직도 우리 법조계를 어두운 그림자처럼 덮고 있는 것이다. 정의란 무엇이 올바른 것인가에 대한 치열함이며 이를 실현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힘을 상징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리스시대에 디케는 오른손에 칼을 잡고 있었던 것이다. 로마시대에 이르러 비로소 왼손에 균형을 뜻하는 천칭저울을 들게 되었고 인간의 이성을 최고의 가치로 본 근대에 이르러 정의란 강자나 약자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아야 된다는 의미에서 디케의 눈에 눈가리개를 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것도 저것도 아닌 대법원의 정의의 여신상, 그 조각은 정의의 여신이라기보다는 법전에서 정의를 찾는 어리석은 이 시대의 법조인의 상징처럼 보이는 것은 필자의 지나친 편견 때문일까?

<대전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취재]대전MBC 2024 한빛대상 시상식 현장을 찾아서
  2. 국립농업박물관, 개관 678일 만에 100만 관람객 돌파
  3. 농림부, 2025년 연구개발 사업 어떤 내용 담겼나
  4.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5. 제27회 농림축산식품 과학기술대상, 10월 28일 열린다
  1. 농촌진흥청, 가을 배추·무 수급 안정화 지원
  2. aT, '가루쌀 가공식품' 할인대전 진행
  3. KT&G 상상마당 제7회 상상 스테이지 챌린지 '설공찬' 최종선정
  4.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5.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제15회 시가 익어가는 마을 'ON마을축제'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