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백주 건양대 예방의학과 교수 |
사실 우리가 부산의료원과 인천의료원을 방문했던 이유는 부산과 인천이 대전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대도시라는 점이 작용했다. 부산과 인천도 대전처럼 민간병원이 많고 또한 대학병원도 있어 의료자원이 매우 풍부한 도시인데 과연 시립종합병원(이하 지방의료원)이 필요할까 하는 점이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태풍이 만든 비바람은 대전시에는 왜 이런 시립종합병원이 없을까 하는 심란한 마음을 더욱 부채질했다. 이번 방문팀은 시의회 의원 뿐 아니라 시청 보건정책과 직원 그리고 대전의 생활협동조합 대표와 대전시립병원설립운동본부 회원 등 시민단체가 함께했다. 우리가 가장 관심을 두고 살펴보고 물어본 것은 두가지였다. 하나는 '왜 대도시에 지방의료원이 필요한가?'와 '잘 운영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
대도시에도 지방의료원이 필요한 이유는 두가지로 요약될 수 있었다. 하나는 민간병원이 많은 곳은 경쟁이 심하고 건강보험수가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본인부담 진료비가 발생하는데 지방의료원은 공립병원이기 때문에 본인부담 진료비를 최대한 적게 유지하고 있었다. 또 하나는 인구가 많은 도시라 경제적으로 어려운 취약계층이 많았는데 장애인 치과진료 등 취약계층에 대한 의료안전망 기능을 하고 있었다. 특히 김동현 부산의료원 원장은 3년전까지 국립부산대 병원장을 하셨던 분인데 교육 연구를 제1의 미션으로 하는 대학병원은 시민의 의료안전망을 제1의 미션으로 하는 병원 역할을 할 수 없다고 하면서 대전에도 지방의료원이 필요함을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잘 운영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은 걱정과 기대감을 동시에 갖게 만들었다. 걱정스러운 점은 지방의료원은 다른 민간병원과 달리 공익을 더 큰 사명으로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사명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정부나 의회가 왜 수익을 내지 못하는가 하고 압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지방의료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22조 제1항에 3년 연속 당기순손실이 발생하면 원장해임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장애인 치과 진료나 결핵 등 감염병 격리병상 등은 수익과 무관하게 투자만 일어나는 부분인데 이러한 내역까지 모두 경영평가에 포함하니 당연히 당기순손실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이러한 조항은 없어지거나 공익을 목적으로 한 투자를 제외한 경영손실만 따지는 법률 조항의 수정보완이 있어야 한다.
한편 기대감을 갖게 된 이유는 지방의료원이 어려운 여건에서도 지역주민에 대한 공공의료를 시행하기 위해 애쓰고 있으며 공익 목적의 의료 범위와 내용이 점점 더 다양해지고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의 지원도 점차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두 도시의 지방의료원 담당자에게서 공통적으로 들은 이야기는 대전시에서 이처럼 지방자치단체와 시의회 그리고 시민단체가 함께 견학을 다니는 모습이 보기 좋다는 것이었다. 조만간 지방자치의 세 주체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하면 더 좋은 지방의료원을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는 덕담을 듣고 왔다.
비바람을 헤치고 한 짧은 여행에서 타도시와 비교해서 우리가 가지지 못한 것은 지방의료원과 다양한 공공의료 프로그램이었으며 그로 인한 속상함도 있었지만 한편 뿌듯한 가능성도 느꼈던 것은 지방자치단체 행정부와 의회 그리고 시민단체 사이에 아직은 막연하지만 공동의 목표가 점점 형성되어가고 있다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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