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역시 내로라하는 칼국수집이라면 어디건 찾아가는 칼국수마니아라
주변 지인들께서 많이 소개해주시는 편입니다.
제가 오늘 찾은 한밭칼국수집 역시 새로 사귄 향기로운 지인분께서 25년 된 단골집이라며 데려가 주셨습니다.
28년 째 처음 그 맛 그대로를 간직한 집이라 소문이 난 '한밭칼국수'집을 소개합니다.
은행동에 이렇게 낡은 건물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주변 상인들이 모두 떠나갔어도 약 삼십 년을 한 자리에서 이곳을 찾는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는 한밭칼국수집.
아니, 이곳을 잊지 않고 찾는 손님들이 있기 때문에 줄곧 이 오래되고 적막한 곳에서 따뜻한 온기를 내뿜고 있는 거라고 할 수 있겠지요.
메뉴가 단순한 집이 원래 음식을 맛있게 하는 전문점인 것 같아요.
'두부탕'이 눈에 크게 띕니다.
찾아 오시기 어려울 땐 이 선거관리위원회 건물을 찾으시면 됩니다. 바로 앞이 한밭칼국수집입니다.
한밭칼국수집을 찾을 땐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을 피해 오시면 오래 기다리지 않고 드실 수 있습니다.
두 시가 지난 시각이라 직장인들은 없고 일부러 이곳을 찾은 손님들이 맛있는 식사를 하고 계시네요.
가장 먼저 나온 음식은 매일 아침마다 담는다는 겉절이 배추김치입니다.
배추 가격에 상관없이 늘 푸짐하게 주신다는 지인의 말에
전통있는 집은 맛도 맛이지만 넉넉한 인심에서 만들어지는 거라는 생각을 하였어요.
홍고추를 갈아 만든 김치는 짜지도 싱겁지도 않고 아삭아삭 맛이 있어서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도 전에 많이 집어 먹었네요.
보통 3~4인이 드실 수 있는 양인데요.
커다란 양은전골냄비에 나온 얼큰시원한 이 두부탕의 가격이 얼마일까요? (개봉박두~ 놀라실 준비~)
얼큰하게 간이 밴 부드러운 두부를 건져서 김치랑 드시면~
맛도 좋고 영양도 듬뿍, 속까지 후련해집니다.
두부를 건져 먹고 나면 미리 주문해 둔 칼국수 사리와 육수를 더 넣고 끓입니다.
불을 줄이지 말고 졸여서 먹으면 맛있다고 주인 어른께서 말씀해 주셨습니다.
국자 손잡이에 목장갑 손가락이 끼워져 있어요.
얇은 손잡이가 혹시나 뜨거워져 손님들이 데일 새라 두꺼운 목장갑을 끼워놓는 주인 어르신의 배려가 보입니다.
남겨진 국물에 밥 한공기를 넣고
김가루를 풍성하게 준비하여 얹으면 맛있는 볶음밥으로 변신합니다.
눌러붙은 밥까지 싹싹 긁어 먹었더니 배가~배가~
소박한 찬과 국이라도 엄마가 해주시는 밥이 맛있는 것처럼
정말 따스함으로 가득찬 점심 한 끼를 먹었습니다.
지금까지의 모든 손맛은 이분에게서 나오는 것이랍니다.
한 길을 묵묵히 걸어오신 분의 넉넉한 향기를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주방 앞으로 보이는 골목길 담벼락 아래에서는 늘 육수가 끓고 있습니다.
육수통이 반질한 것이 오래되었어도 정갈함이 묻어납니다.
선풍기 바람에도 끄떡없을 부탄가스레인지.
호일로 리모델링을 했어요.
칼국수집의 역사를 알 수 있는 물건들을 더 찾아 보았습니다.
이 탁자의 발을 보셔요.
기우뚱거릴 수도 있지만 아직 쓰러지지 않고 제 역할을 해내고 있어요.
오랜 세월 땀으로 이곳을 지키고 계신 두 분, 주인 어르신의 미소가 참 아름답습니다.
다시 한번 올려다 봅니다.
고향처럼 우리를 반겨줄 이곳.
단골이 단골을 만들어주는 이곳.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