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수현 금강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그러나 성공과 행복이라는 양대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전단계의 과제들이 있을 수 있으며 그중에서 가장 기본적인 과제는 전인건강(holistic health)을 들 수 있다. 여기서 전인건강이라고 하면 철학적 이념과 유기체적 개념이 복합된 '전인'(holistic human)으로서의 신체적이고 심리·사회적인 차원에서 원활하게 기능을 할 수 있는 건강한 상태를 의미한다.
따라서 '전인건강'은 단순히 평균수명과 건강수명연장과 같은 신체적 건강지표만으로 나타낼 수 있는 개념이 아니라 심리·사회적인 정신건강의 차원에서도 원활한 기능을 통해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상태라야 한다. 다시 말하면 신체적 건강과 심리적 건강이 조화로운 상태에서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어야 전인건강의 상태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 기대수명은 80세를 넘겼고 건강수명도 70세 정도에 도달하고 있는 만큼 100세의 나이에서도 정신적으로 건강할 수 있는 전인건강의 노력이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요구되는 시점이다. 지난 20세기 사회가 자본축적에 바탕을 둔 산업화가 국가나 개인의 성공 과업이었다면 오늘날 21세기는 더 이상 GNP(개인차원의 소득)나 GDP(국가차원의 소득)에 기반을 둔 빈부 격차의 잣대보다는 어떻게 하면 늘어난 노후시기까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국가운영이나 인생의 과업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선진국뿐만 아니라 후진국 국민에게서도 공히 적용될 수 있는 현상인데 UN이나 영국 신경제재단(New Economic Foundation) 등에서 국가별 행복지수나 웰빙지수를 발표해온 것도 각 국가가 국민의 전인건강을 지향하는 국가정책을 중시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인간의 생애발달을 연구해온 발달심리학자들의 연구결과에서는 전인건강의 인생과업이 직접적으로 거론되지는 않는다. 20세기 중반에 프로이트가 일과 사랑을 인생과제로 제시한 이후 여가, 우정이나 사회적 관심, 영성 등이 성숙한 인간이 갖추어야 할 조건으로 발달심리학자들에 의해 거론되었을 뿐 이 모든 과업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전인건강은 연구과제로 다루지 않았던 것이다. 이것은 다분히 산업화사회의 이념을 공유했던 연구자들이 성공적 인생(successful living)에만 인생과업의 초점을 두었던 관점이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인간의 평균수명이 70세를 넘기지 못했던 산업화사회에는 전생애적 발달관점을 보인 학자들이라고 하더라도 주로 성인기나 청·장년기를 중심으로 한 역동적인 인생과업에 중점을 둔 것이다. 사랑과 결혼, 일과 직업, 여가, 우정, 사회적 관심, 영성 등의 인생과제는 연령상으로 건강하고 성숙한 인간이라는 점을 전제한 인생과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이 인간의 평균수명이 80세를 넘어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시점에서는 말 그대로 전생애적 발달(life span development)의 관점에서 새로운 인생과업의 설계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성인기나 청·장년기에 달성해야 할 모든 인생과업들이 노년기에까지 확장될 수 있으며 지식정보화 사회에서는 산업화사회에서와는 다른 차원에서의 인생과업들을 필요로 하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100세 시대를 향해 진화하고 있는 호모헌드레드의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늘어난 생애주기에서도 전인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생애설계가 요구되며, 근본적인 인생과업으로 자리매김해야 함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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