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을 배경으로 한 '미운오리새끼'는 헌병대에 배치된 '육방'(6개월 방위) 전낙만 이병의 이야기다. “군대 얘기?”라고 아는 척하는 남자나, 예단하고 고개를 돌리는 여자 모두 틀렸다. 시대불문, 공간불문, 공감 충만 스토리다. 신분은 군인이지만 '아프고 흔들리니까 청춘'인 이들의 이야기이고, 거기에 그보다 더 아팠던 1980년대의 시대상을 경쾌하게 버무렸다.
이발병으로 입대했지만 때에 따라 사진병, 청소부, 대대장의 바둑병, 심지어 헌병으로 둔갑하는 낙만(김준구)의 하루는 짧다. '전쟁 중에도 오후 6시면 퇴근한다'는 이 방위병의 저녁은 영어학원 토플 공부다. 제대한 뒤 엄마(김성령)가 있는 미국으로 유학가기 위해서다. 육방을 괴롭히는 현역들, '영창'에 들어가 군 폭력까지 당하면서도 '열심히 살아보리라' 다짐하는 주인공. 주인공과 주변인물을 소소하지만 촘촘하게 엮는 웃음의 거미줄이 유쾌하고 따스하다.
영화판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곽경택 감독이, 게다가 '마초이즘'의 상징인 그가, 이렇게 재기발랄할 줄이야. '발견'이다. 곽 감독이 '기적의 오디션'에서 발굴한 배우들은 초짜이기에 청춘의 풋풋한 맛이 훨씬 살아났다. 곽 감독은 “백조가 되고 싶은 미운 오리 새끼를 통해 요즘 젊은이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모쪼록 영화는 재미와 감동을 함께 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관객들에게 강추다.
안순택 기자 soot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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