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자들'의 색깔은 주연을 맡은 임창정의 표정을 보면 안다. '순정 충만' 웃기는 아저씨는 없다. 웃음기 싹 뺀 얼굴에 거친 욕설을 내뱉는 표정은 시종 어둡고 무겁다.
연민의 표정을 지어야 할 만큼 장면장면이 안타깝고 잔인하다. 임창정이 연기하는 영규는 장기밀매조직의 현장 총책이다. 손을 뗐지만 빚에 쪼들려 다시 '작전'이 행해지는 배에 오른다. 여행을 떠나는 상호(최다니엘)ㆍ채희(정지윤) 부부, 아버지의 장기이식 수술이 여의치 않자 여객선 매표소 직원 유리(조윤희)도 아버지를 데리고 중국행 배에 오른다.
주인공들의 사연을 들려준 영화는 곧바로 '작전'에 돌입한다. 조직은 하반신장애인인 채희를 납치하고, 남편 상호는 흔적 없이 사라진 아내를 찾아 헤맨다. 아내와 함께 찍은 사진도, 아내의 물건도 사라졌다. 탑승객 명단에도 아내의 이름이 없다. 한편 장기를 적출할 '물건'을 보러온 영규는 흠칫 놀란다. 알고 지내던 채희다.
'공모자들'은 실제로 2009년 중국을 여행하다 납치된 신혼부부의 장기밀매 사건을 모티브로 한 범죄스릴러. 중국 원정 장기이식 등 우리 사회의 병폐를 소재로 끌고 와 수면 위로 드러내 놓는다. 각본과 연출을 맡은 김홍선 감독은 연출의 변을 통해 “잔인한 현실을 드러내 현대 사회의 병폐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도덕 불감증 시대에 생계형 악인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드러내 고발한다'는 점에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다. 실제로 장기매매 브로커들을 인터뷰하고 동행 취재한 노고는 생생한 묘사로 살아난다. 심장이 돈을 위해 도려내지는 끔찍함. 살벌해서 차라리 눈을 감고 싶은 장면들의 연속이다. 아무리 돈이 좋다지만 어쩌다 이런 부도덕한 세상이 되어 가는지 분노가 치민다. 무엇이 인간을 인면수심, 괴물로 만들었는가.
그러나 '인간의 존엄성'을 보여주는 데는 역부족이다. 고뇌를 드러내는 임창정의 눈빛은 발군이지만 장기를 꺼내는 잔혹한 장면에 가린다. 피해자의 절박한 감정도 스쳐지나가는 장면에 묻히고 만다. “한 명만 죽어주면 서넛은 살리고도 남아”라는 대사가 귀에 맴돈다. 소재 자체가 끔찍한데다 내게도 닥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에 보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다. 고발에만 치중했다는 아쉬움이 남지만 장기밀매란 범죄를 그려내는데 그치지 않고 보다 큰 사회적 병폐를 드러내려고 한 도전은 주목할 만하다.
안순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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