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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라는 틀 안에서 세계와 우주의 역학 고찰 임현옥의 양자역학展 오늘부터 대전 모리스 갤러리

  • 승인 2012-08-29 14:02
  • 신문게재 2012-08-30 11면
  • 박수영 기자박수영 기자
여성의 삶을 관통하는 사건, 사고 또는 인물들이 쏟아내는 이야기들을 상징성의 이미지로 배치하는 방법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여성과 관련한 이미지들을 지속적으로 작품에 담아내는 임현옥 작가의 전시 '양자역학'이 30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대전 모리스 갤러리에서 열린다.

▲ 여자마음
▲ 여자마음
한남대 미술대학 회화과 및 동 대학원에서 수학한 임씨는 '여성'이라는 주제로 꾸준히 작품을 만들어내는 작가다. 서울과 대전 등에서 네 번의 전시회를 열며 성형중독의 선풍기 아줌마 등 여성의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다. 임 작가는 작품 속 화면에 여성의 시간과 공간적 흔적을 담아내는 구체적 이미지들과 언어 그리고 촉각적 기억과 대면하며, 평면 안에서도 굴곡져 나타내 강조 효과를 만들어 냈다. 이번 전시에서도 역시 임 작가는 여성이라는 틀 안에서 세계와 우주의 역학을 고찰하고 있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여자마음'이라는 작품은 '여자마음'이라는 네 글자와 부드러운 핑크 빛 이미지의 상자를 조화롭게 구성한 눈에 띄는 작품이다. 직접 손뜨개질한 '여자마음'이란 네 글자는 석고를 사용해 화면에 돋을새김처럼 마티에르적인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임 작가는 “세계의 현상을 설명하는 양자역학의 견고한 물리법칙의 이미지와 알 수 없을 듯 닫혀 있지만 세계의 모든 본질과 현상을 담은 부드러운 상자로서의 여자의 마음은 일면 상통하는 본질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임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소라, 집, 텐트, 주전자, 파이프, 잔, 커튼 등은 모두 '집'의 구성요소이자 '집'의 이미지를 압축적으로 환유하는 사물들이다. 그는 “작품 전반에 걸쳐 페미니즘이 주를 이루고 주요 모티브는 신체였다”며 “그러한 신체의 본질을 축소해가다 보니 결국 '집'이라는 대상에 도달했다”고 표현했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 이미지들은 주로 '조개껍데기, 달팽이, 껍질, 텐트, 소라, 잔' 등으로 이 모두는 '집'을 상징하고 있다.

작가는 집이라는 공간 속에 단순히 안주를 염원한다기보다 사회적 소수자로서 여성이 처한 폭력적 상황에서 위안을 주는 대안적 공간으로서의 집을 가시화하고 있다.

또한, 작가의 작품 속 남성적 권력의 상징물인 파이프와 시계, 자동차 등은 여성이 자리한 공간의 외부적 공간에서 부유하는 반면, 여성은 유연한 실의 탄력성이 느껴지는 공간으로서의 지속적인 생산이 가능한 곳으로 비유한다. 어느 면에서는 세상의 폭력과 악으로부터 도피할 수 있는 피난처로서의 집이 가능할 수 있음을 은연중에 드러내는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의미부여가 가능한 집을 이상화해 꿈의 대리적 기능으로 소비하고 있는 많은 예와는 달리 임 작가의 집은 늘 열려 있다. 높은 담과 대문으로 경계를 지어 구별하고 스스로를 유폐시키는 집이 아니라 늘 부동의 공간적 특성으로부터 벗어나 개방적으로 공간을 재배치할 수 있는 집의 이미지를 가정했다는 면에서 역동적임을 느낄 수 있다.

이렇듯 여성작가로서 사회적 현실에 처한 여성의 문제적 상황에 주목하면서 생명의 보살핌과 동시에 소모적인 가사노동의 굴레가 공존하는 집을 다르게 사고하고자 한 노력 덕분에 집이라는 공간에 대해 또 다른 탈주를 불러일으킨다. 집을 통한 여성의 위치, 가장 일상적이고 익숙한 공간인 집에 대해 작가는 다르게 보기 시작했으며 이제 집은 더 이상 여성의 공간만도 세상의 외풍에서 비켜나갈 중립적인 공간도 아님을 표현하고 있다. 임 작가는 집을 통해 남성과 여성의 관계, 세계의 거시적이면서도 미시적인 물리현상 그리고 대립과 화해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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