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자본을 앞세운 대형마트와의 힘겨운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전통시장이 제15호 태풍 '볼라벤'의 북상으로 또 한번 근심에 휩싸였다.
대형마트에 많은 고객을 뺏긴데다 태풍의 영향으로 고객들의 발길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일부 상인들은 아예 문을 닫고 휴무를 했지만 마음은 편치 않다.
27일 대전지역 전통시장 상인 등에 따르면 전날 늦은 저녁부터 볼라벤의 간접 영향권에 들면서 강한 바람으로 고객들의 발길이 뜸해졌다.
이날 오전에는 비바람이 몰아친데다가 태풍의 위력이 강한 만큼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는 보도가 잇따르자 시민들 또한 집안에서 나오기를 꺼린 것이다. 간간이 장을 보러 나온 고객들도 있지만 상인 처지에서는 장사를 한다고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건어물가게를 운영하는 김모(52)씨는 “요즘 같으면 장사를 접고 싶은 마음이 하루에도 열번 이상 든다”며 “배운 것이라고는 장사밖에 없어 다른 직업을 찾는다거나, 직종을 바꾸기도 어렵지만 생각은 변덕스럽게 바뀔 정도로 하루하루 버티기가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올해는 더없이 힘든 시기다.
100년 만에 찾아온 가뭄이 지나가나 싶더니 폭염이 이어지고 장마와 폭우, 태풍까지 계속되면서 장사 여건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상기후가 지속되면서 상품의 가격은 치솟은데다 질 또한 떨어져 고객들과 언쟁을 벌이기 일쑤다.
채소가게를 하는 윤모(여ㆍ62)씨는 “생계 때문에 손님들에게 물건을 팔고 있지만 내가 봐도 가격 대비 상품 질이 떨어질 때가 잦다”며 “어느 정도 손님들 입장도 이해가 간다”고 말했다.
이날 전통시장에는 태풍 피해를 줄이기 위해 아예 가게 문을 닫는 상인들도 적지 않았다. 찾아오는 손님이 없어 차라리 문을 닫고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다.
반면, 대형마트에는 단전과 단수에 대비, 생필품 등을 미리 준비하려는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져 대조를 보였다.
대형마트에는 정전에 대비한 손전등과 강한 바람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창문에 붙이기 위한 테이프 등의 판매가 폭증했다.
컵라면과 통조림, 생수, 라면 등의 판매도 눈에 띄게 늘었다.
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평소 10개 내외로 판매되던 손전등이 지난 27일부터 하루에만 200개 이상 판매됐고, 라면과 생수, 통조림 등도 평소보다 많이 팔렸다”고 말했다.
백화점에도 강한 바람이 몰아친 오전에는 쇼핑객이 눈에 띄게 줄었지만 오후부터는 제자리를 찾았다.
갤러리아백화점 타임월드 관계자는 “오전에 매장고객 수는 크게 줄은 것으로 집계됐지만 오후 1시를 넘어서면서 바람이 다소 잦아들어 쇼핑객과 매출액이 회복됐다”고 말했다.
이영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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