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김상구 부장 |
대덕산업단지도 그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대전경제의 심장부로 국토의 중심에 위치한 대덕산업단지는 20여년 전 대덕구 문평동과 신일동 일원에 311만3000㎡ 규모로 조성됐다. 이곳에는 기계, 전기ㆍ전자, 화학, 음식료, 목재ㆍ종이 등 350개 기업이 입주해 생산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이러한 산업단지를 지원하고 관리하는 대덕산업단지관리공단은 1993년 6월 업무를 개시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대덕산단의 중심에는 2005년 이사장으로 취임해 3선(5, 6, 7대)으로 7년 반 동안 지휘봉을 잡은 최상권(53ㆍ(주)신우산업 대표) 이사장이 서 있다. 최 이사장은 대학 졸업과 함께 사업에 뛰어들어 성공신화를 일궈냈다. 자수성가(自手成家)를 한 것이다. 30살의 젊은나이에 샌드위치 패널을 생산하는 신우산업을 창업해 중견기업 반열에 올려놓은 최상권 대덕산단 이사장을 만나, 그의 경영철학과 인생 스토리를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지난 21일 오후 대덕구 문평동 대덕산단 이사장실에서 만난 최상권 이사장은 기자의 손을 잡으며, 반갑게 맞이했다. 최 이사장은 인터뷰 내내 특유의 부드럽고 친근감 있는 말씨로 분위기를 주도했다. 어느덧 중견기업가가 된 그는 “사업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덕(德)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언제나 모범된 모습을 보이는 기업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0여년 기업을 이끈 CEO의 근면성과 성실함을 엿볼 수 있는 한마디였다.
#. 백지상태에서 사업에 도전
최 이사장은 1959년 공주시 반포면 상신리에서 농사꾼의 아들로 태어나 유성농고를 거쳐 부산 동아대(78학번)를 나왔다. 2남 2녀 중 장남인 그는 부모님의 권유로 초등학교 4학년 때 서울로 유학길(?)에 오른다. 그런 그는 동성고 2학년 시절 대전으로 낙향했다. 공부하기 위해 서울로 갔다가 대전으로 되돌아온 사연을 묻는 질문에 그는 그저 웃음만 지어보였다. 그리고는 최 이사장은 “돌이켜 생각해보면 중ㆍ고등학교 때 부모님의 뜻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고 아버지와 어머니께 마음고생만 시켜드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재수는 안된다'는 아버지의 간곡한 부탁에 2지망인 동아대에 원서를 내 합격했다. 이후 27살에 대학을 마치고 결혼했다.
“직장이 없는 상태에서 결혼했으니 생활은 어떠했겠어요.” 최 이사장은 아이를 낳고 30살의 나이로 험난한 창업의 길을 택했다.
- 젊은시절에 사업을 시작했는데, 어떠한 계기라도 있었던가요.
“아버지께서 33평짜리 아파트를 사주셨습니다. 그 때 가격으로 3400만원이었죠. 달랑 아파트 한채로 사업을 시작했죠. 은행에서 집을 담보로 대출받아 1988년에 창업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했으니 매출은 당연히 제로였죠.(웃음) 그때 사업에 뛰어들게 된 것은 백수(?)를 면하기 위한 무모한 도전이었어요.”
-다른 업종도 많았을 텐데, 어떻게 패널분야를 택하게 됐나요.
“이것저것 많이 해 봤죠. 창업 전에 부산에서 배를 타고 일본에 가게 됐는데 그 당시 일본은 패널 생산분야가 우리나라보다 15년 정도 앞서 있었어요. 여행을 갔다가 이 분야가 '돈이 될 것'이라는 지인의 말만 믿고, 그냥 뛰어들었죠. '맨땅에 헤딩'한거죠.(웃음)” “지금 24년째 사장으로 있으면서 패널공장으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무사고 업체입니다.” 최 이사장이 말하는 무사고란 사업기간 중 부도없이 성장했다는 의미다. 그는 “신우산업은 기업 연혁으로 국내 패널 제조분야 3위 안에 들고, 샌드위치패널도 국내에서 두 번째로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 현재 신우산업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요.
“창업 초창기 8명으로 출발해 지금은 약 10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지요. 직원이 많을 때는 2000년대 초반 140명까지 됐죠. 지금은 공장의 자동화로 매출은 늘고, 직원수는 줄은 상태예요. 지난해에 67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고, 올해는 700억원 매출달성은 가능할 것 같습니다. 향후 2~3년 내에 1000억원 기업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 기업을 경영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시기가 있었을텐데요. 언제였다고 기억하십니까.
“공장에 불이 났었죠. 1998년 8월이었는데, 4000평의 공장이 완전히 불에 탄 것입니다. 누전에 의한 화재로 공장 짓고 1년이 지나 막막했었습니다. 관리부실이었죠. 120억원을 투자했는데 하루 아침에 불이 났으니…. 이젠 끝났구나! 생각이 들더군요.(한숨) 다행히 화재보험을 들었죠. 기업이 어려움에 빠지자 주변에서 많은 분들이 도움을 줬어요. 인근의 사장님들이 신우산업에서 생산하는 샌드위치패널을 사줬는데, 저에겐 큰 도움이 됐죠. 그 당시 도움 주신 분들의 은혜는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 사업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게 있다면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요.
“글쎄요…. 사람 아닐까요. 사람 중에서도 덕(德)인것 같아요. 덕을 많이 베풀어야 많은 사람이 따른다고 봅니다. 다른 사람의 도움이 없이는 기업이 성장하는데 한계가 있죠. 기업이 한 단계 도약을 할 때나, 신제품을 판매할 때는 그동안 다른 사람들에게 베푼 덕이 필요한 것 같아요.”
▲ 2005년 3월 공단 제5대 이사장 취임식 때 모습. |
최상권 이사장은 2005년 3월 대덕산업단지관리공단 제5대 이사장으로 취임 이래 지난해 7대 이사장으로 선임되면서, 7년 반동안 한 기관의 수장을 맡고 있다. 대덕산업단지는 지역을 대표하는 산업단지로 생산 규모도 연간 매출 8조원을 바라보고 있다.
최 이사장은 “최근 유럽발 재정위기 등 경기침체 속에서도 산업단지 제조업체들은 수출과 생산실적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IT 첨단업종이 많은 대덕산단은 국내 어느 산업단지와 비교해도 모범이 되는 산업단지로, 언제나 한결같이 잘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 유럽발 재정위기와 내수 경기 침체 등으로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대덕산업단지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산업단지 입주 기업들도 안 좋은 건 사실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내수 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하지만 대덕산업단지가 다른 산업단지에 비해서는 선전하고 있는 편입니다. 지난 7월 말 현재 수출실적은 작년 대비 14% 증가했고, 매출도 8% 증가했습니다. 그래도 우리 공단 기업들이 어려움을 잘 극복하고 있다고 봅니다. 공단에는 단단하고 튼튼한 업체들이 많습니다. 이런 업체들을 관리공단에서 잘 관리하고 있습니다.”
- 공단의 5, 6, 7대 이사장을 맡으면서 감회가 남다를 것으로 보이는데요.
“산업단지가 조성되고 나서 지금까지 약 50배가 성장하는 비약적인 발전을 했습니다. 올해 공단의 매출이 전체 8조원이 예상되고 있어, 제가 이사장을 처음 맡은 2005년보다는 약 4배 정도 성장했죠. 20년 전 2500명에 그쳤던 근로자 수는 현재 1만3000여명에 이르고 있어 근로자의 가족까지 포함하면 약 7만명이 대덕산업단지와 연관이 있는 셈이죠. 우리 산업단지는 대한민국을 대표할 수 있는 산업단지입니다.”
- 대덕산업단지의 자랑할만한 점과 아쉬운 점이 있다면.
“무엇보다도 산업단지 내에 하수종말처리장이 있고, 처리단가도 톤당 420원 수준으로 국내에서 최고 싼 편입니다. 국내 산업단지의 모범사례로 다른 지역에서 견학을 올 정도니까요. 아쉬운 점은 공단 내에 영유아 보육시설을 설치하려 했는데 안된 부분입니다. 최근 맞벌이 부부들이 많아서, 아마 4년 전에 당초 계획대로 보육시설을 조성했다면 여성 근로자에게 큰 도움이 됐을 겁니다. 현재는 이런 저런 이유로 답보상태에 빠져 있어요. 조성이 됐다면 어린이 놀이공간과 수영장 등이 마련돼 큰 인기를 얻었을텐데…. 아쉬울 따름입니다.”
- 산업단지 내 기업들의 애로사항은 주로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공단 기업들은 어려움을 대부분이 스스로 해결해 나갑니다. 그래서 지금은 애로사항이 거의 없는 편이죠.
- 대덕산단 이사장과 함께 중견기업인 (주)신우산업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데요.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말씀해주시죠.
“이제는 신우산업을 세계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시키려 합니다. 기업들이 할 일은 지역 경제 활성화와 시민들에게 봉사하는 것이라 생각하니까요. 신우산업을 10년, 20년 지켜봐 주세요.”
- 대전상공회의소의 차기 회장이나, 차차기 회장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이사장님의 생각은 어떠하며 뜻은 있으신지요.
“지금은 대덕산단 이사장으로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신우산업 사장을 열심히 하다보면 언젠가는 기회가 오지 않을까요. 저는 현재의 손종현 대전상의 회장님께 많은 응원을 보내고 싶습니다.”
최상권 이사장은 그러면서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음에도 오랫동안 공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만큼 언제나 모범된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앞으로 모든 분야에서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담=백운석 경제부장(부국장)ㆍ정리=박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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