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중 정치부장(부국장) |
18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죽기로 각오한 싸움을 시작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대선후보 확정 후 거칠 것 없는 행보에 나섰다.
박 후보는 여당 후보로 확정된 다음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가 있는 봉하마을을 찾아 권양숙 여사를 위로했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최대 정적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를 만나 “여성 대통령이 되면 모든 여성이 자랑스러워 할 것”이라는 덕담까지 들었다. 대학생을 만나 반값 등록금을 약속했고, 홍대거리에서 젊은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나 아직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은 만나지 않고 있다. 어쩌면 아버지로부터 가장 큰 후광을 입었을 전직 대통령들이다. 박 후보는 '배신의 정치'에 대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듯 하다. 언젠가 그는 “문턱이 닳도록 청와대를 드나들며 머리를 조아리던 사람들이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발길을 끊었다”고 말했다. 박 후보의 사람보는 기준은 그 때 생긴 듯 하다.
아버지의 유산은 이제 그가 풀어야할 과제다. 20대 때 여읜 아버지의 공과는 30여년이 지나 그를 옥죄고 있다. “5·16은 아버지의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발언은 정치권 최대의 논란이 됐다. 언젠가 한 정치인은 “아버지 박정희 장군이 1963년 전역식에서 했던 '다시는 이 나라에 본인과 같은 불운한 군인이 없도록 합시다'라는 말만 인용했어도 괜찮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운명처럼 다가온 대권의 기회는 그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모바일 투표의 공정성을 놓고 경선 파행을 겪었던 통합민주당이 갈등을 봉합 했다는 소식이다. 여론의 뭇매 탓도 있지만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 후보 등 이른바 비문(非文) 3인방이 경선 전 합의한 사항을 뒤집을 명분이 부족했던 이유도 한몫한 듯하다. '잃어버린 정권 5년'을 찾는 길은 쉽지 않다. 민주통합당이 하나로 뭉친다해도 하늘이 허락해야 얻을 수 있다는 대권을 가지기 어렵다. 제주 경선 직후 보여준 비문 3인방의 행동은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 게임의 법칙에 대한 불만은 경선 시작 전 마무리지었어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그림자인 문재인 후보도 마찬가지다. 문 후보가 제주 경선 1위 일성으로 “박근혜와 안철수를 넘겠다”고 말한 것은 과했다. 내가 무엇을 할 것인가를 얘기했어야 했다. 오는 9월 23일 민주당 대권 후보로 결정된다해도 야권은 통합후보를 만드는 일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운신은 정치권 전체를 요동치게 하고 있다. 그는 아직 대선후보가 될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는 듯 하다. 안철수 교수가 삼대가 발가벗겨져야 한다는 정치인의 길을 가기는 쉽지 않다. 정치를 하려면 조직과 자금이 필요하다. 조직이 없는 안철수 교수가 정치권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수많은 모임이 생기고 있지만 그것은 그에 대한 기대치일 뿐이다.
언젠가 안희정 충남지사와 안철수 교수에 대해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안 지사는 안 교수의 대선 출마여부를 물었고, 필자는 “야권 통합후보가 나오면 도와주는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그는 저서에서 '정치권에 국민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울림통으로서 소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가 앞으로 어떤 결정을 할지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러나 약자를 배려하는 착한 심성이 변절과 말바꾸기가 난무하는 정치권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줄서기 혹은 줄세우기가 횡행하는 대선의 계절이다. 이익을 좇아 불나방이 되는 염량세태(炎凉世態)의 시절이기도 하다.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는 “정치는 허업(虛業)을 쌓는 일”이라고 몇번이나 말했다. 50년 정치권에 머문 노정객의 독백이다. 누가 대권을 잡든 국민의 마음을 읽지 못하면 실패한 정권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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