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작은 잎들이 여러 개 달린 커다란 아까시나무 잎을 따서 무성한 느티나무 그늘 아래서 가위·바위·보를 하면서 하나씩 작은 아까시나무 잎을 떼어내던 놀이를 하다가 풀섶에서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여러 가지 풀벌레들을 잡아 요리조리 뜯어보고 신기해하면서 서로의 관찰력을 뽐내던 일이 새롭다.
때로는 나무 위나 풀섶에서 들려오는 벌레소리를 따라서 소리의 주인공을 찾아내려고 애쓰기도 했다. 아주 예쁜 소리로 울어대는 풀벌레 가운데 하나가 여치였다.
여치는 생기기도 아주 귀엽고 예쁘게 생겼을 뿐만 아니라 연녹색의 예쁜 옷을 입고 있었다. 여치를 잡는 일도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렵게 가냘픈 다리라도 잡으면 다리를 스스로 떨구고 도망가곤 했다. 그러한 상처를 주지 않으려면 두 손을 모아서 잡아야 했는데, 조심스레 접근해 두 손을 모아 잡으려는 순간 연노랑 날개를 펴고 휭하니 날아가거나 긴 다리를 이용해 다른 곳으로 튀어나가기 일쑤였다. 그러므로 정성을 다하여 여치를 다치지 않게 잡으려고 나름 애를 썼다.
이렇게 여치를 잡으면 여치의 소리가 지금의 바이올린 소리처럼 아름다웠기 때문에 과연 그러한 소리를 여치가 어떻게 내는지 관찰하곤 했다. 물론 학교에서 머리 가까운 등 쪽에 두 쪽의 떨림판이 있어서 그것을 비벼서 소리를 낸다는 사실을 배워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확인하고 '아! 바로 이거구나!'라고 절로 탄성을 내며 희열에 싸이곤 했다. 이 여치와 며칠이고 같이 하고 싶은 마음에 보릿짚이나 밀짚을 잘 다듬어서 여치집을 만들고 지금의 애완동물처럼 키워 보고자 애쓰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풍뎅이와 놀던 추억 또한 새롭다. 지금의 아이들은 놀잇감도 많고 풍뎅이와 함께 할 기회 또한 적어서 이러한 추억이 없겠지만, 풍뎅이를 잡아서 머리 쪽을 잡고 있으면 날아가려고 끊임없이 양 날개를 빠른 속도로 움직여 바람을 일으켰다.
이 바람이 무더운 여름에 시원함을 주었으니 시골에서 풍뎅이는 손선풍기를 대신하기도 했다. 풍뎅이의 날갯짓은 땅바닥의 모래를 날릴 수 있을 정도로 강하여 어떤 친구들은 어느 친구의 풍뎅이 날갯짓이 센지 땅바닥에 놓고 모래를 쓸어내는 범위를 가지고 시합을 하기도 했다. 이렇듯 여치와 풍뎅이 또한 옛 추억을 자극한다.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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