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과정 영상녹화 실효성 의문

법원, 대부분 증거로 인정안해 수사력 낭비… 천안지청 이용률도 0.86% 그쳐

검찰이 공정수사 방안으로 수사과정에 영상녹화를 실시하고 있지만, 법원이 증거로써 이를 제대로 채택하지 않아 실효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27일 법무부에 따르면 2004년부터 피ㆍ고소인 등이 진술에 대한 영상녹화를 요구하거나 상대방의 진술 번복 방지가 필요할 때 영상녹화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는 공정한 공개수사로 검찰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2007년부터는 천안지청을 비롯한 전국 검찰지청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법원이 일부 중요사건을 제외하곤 영상녹화를 증거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검찰의 영상녹화실시 비율은 해마다 낮아지고 있다.

실제 대전지검 천안지청은 20개 검사실에서 9대의 영상녹화장비를 갖추고 각종 사건조사에 활용하고 있지만 지난해 7월 현재 구공판 1315건, 구약식 6252건 등 모두 7567건의 사건 가운데 65건만 영상녹화를 실시, 0.86%의 이용률을 보였다.

2010년 전체 1만5865건 중 234건(1.47%)과 2009년 1만8192건 중 530건(2.91%)과 비교해 해마다 영상녹화조사가 급감하고 있다.

규모가 비슷한 안산지청의 경우 영상녹화비율은 2009년 5.85%, 2010년 1.06%, 2011년 7월 말 0.39%로 천안보다 낮았고, 안양지청도 2009년 9.71%, 2010년 3.28%, 2011년 1.63%로 감소했다.

영상녹화 감소는 전국 평균비율에서도 2009년 4.9%에서 2011년 1.5%로 3.4%포인트나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13세 미만의 아동 성폭력 사건 등 영상녹화가 증거로 규정하는 경우에도 녹화물 대신 피해아동들을 재판장에 세우는 사례가 태반이어서 영상녹화제도의 본래 취지마저 흐리게 하고 있다.

재판 중인 천안인애학교 장애인 제자 성폭행 사건 역시 법원이 경찰의 영상녹화조사를 뒤로한 채 등 피해 여학생을 법정에 세우는 등 실효성 논란마저 일게 했다.

검찰 관계자는 “영상녹화가 인정되지 않고 서면조사의 신빙성을 뒷받침하는 보조역할에 사용될 뿐이어서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 게 사실”이라며“오히려 영상녹화물을 기록조서로 작서하면서 수사력 낭비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법원 관계자는 “영상녹화는 피의자진술조서를 보조하는 역할과 조서과정에서의 내용 등 기억을 환기시키는 역할을 할 뿐”이라고 밝혔다.

천안=김한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