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직속 지방행정체제 개편안에 대한 대전시민토론회가 23일 오후 대전시의회 4층 회의실에서 열려 토론자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손인중 기자 dlswnd98@ |
대통령 직속 지방행정체제 개편추진위원회의 '지방행정체제 개편안'은 근본적인 통치체제의 구조적 변화를 야기할 수 있는 데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 훼손되는 등 행정편의와 효율성만을 중시한 지극히 비민주적인 발상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더욱이 단층자치제를 채택한 제주도가 주민참여의 제약과 민관 갈등의 증폭으로 기초자치단체의 부활을 추진중인데다 국제적으로도 대도시 지역의 자치 계층이 2계층으로 수렴되고 있는 만큼 기초의회 폐지는 시대에 역행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23일 대전시의회에서 열린 '지방행정체제 개편안에 대한 대전시민 토론회'에서 안성호 대전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방자치시계가 거꾸로 돈다'는 주제 발제를 통해 “2006년 출범한 제주특별자치도는 과거 제주시지역으로의 집중, 과거 서귀포ㆍ남제주군, 북제주군의 발전활력저하, 주민 참여 곤란 등으로 주민의 불만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이어 “제주도는 현재 기초자치의 부활을 전제로 지방 자치체제 개편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2000년 일본이 2자치 계층을 확립하고, 영국도 같은해 2자치 계층을 복원시키는 등 대도시 2자치 계층은 세계적 추세”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자치구ㆍ군 폐지와 시ㆍ군ㆍ자치구의 합병과 같은 자치단체의 존폐와 정체성에 근본적 변화를 초래하는 결정은 반드시 해당 주민의 자기 결정, 주민 투표로 이뤄져야 한다”며 “중앙정부의 일방적 결정으로 지방자치단체의 법인격을 박탈하는 선진국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유진숙 배재대 정치언론학과 교수도 '기초의회 폐지와 기초단체장 임명제 전환을 내용으로 한 개편안은 공론화되지 않은 채 발표됐다”며 “기초의회폐지 자체가 지방자치 차원의 민주주의적 기본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유 교수는 “기초의회 폐지를 개편안에 포함시킨 것은 행정편의와 효율성만을 중시하는 지극히 비민주적인 발상에 근거하고 있다”며 “지방자치가 약간의 시행착오가 있다고 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것은 성급하고 위험한 시도”라고 밝혔다.
이어 토론자로 나선 황인호 동구의회 의장은 “현재 제기되고 있는 여러 문제점은 지방자치제도 발전과정의 한 부분으로 이를 없애는 방법으로 접근하면 안된다”며 “민주화의 산물이자 풀뿌리의 산물인 지방자치를 사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황경식 대전시의회 행정자치위원장도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어서는 안된다”며 “자치구 개편을 위해서는 지역 주민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희룡 기자 hu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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