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판 '건축학개론''이라는 홍보문구가 전해주듯 첫사랑의 아련한 추억을 1990년대의 기억 속에 녹여낸 영화다. 어설프지만 반짝반짝 빛났던 열일곱 살 고교시절의 첫 사랑. 그 시절, 내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어놓았던 그 사람도 나를 좋아했을까. 늘 몰려다니는 말썽꾸러기 5인방. 같은 반 모범생 션자이를 좋아한다. '발기' 쉬보춘, '뚱보' 아허, '머저리' 라오차오, '사타구니' 랴오잉홍과 달리 사고뭉치 커징텅은 션자이에게 마음을 표현하지 못한다.
어느 날 교과서를 가져 오지 않은 그녀를 대신해 벌을 받으면서 션자이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한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 생전 안하던 짓을 하게 되고, 평소에는 관심이 없던 누군가의 유치한 행동에 문득 마음이 동할 때 사랑은 그렇게 갑자기 소리 없이 찾아온다.
영화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션자이에게 남자답게 보이고 싶은 커징텅은 격투기 시합에 나가고, 션자이는 커징텅이 다치는 게 마음 아프다. 모진 말을 던지며 다투는 두 사람에게서 풋사랑의 향내가 물씬 풍긴다. 좋아하는 사람에겐 같은 말도 왜 퉁명스럽게 되는 건지.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첫사랑 신드롬을 일으키며 지난해 대만 개봉 영화 중 흥행 2위에 올랐고, 영화의 원작인 주바다오 감독의 동명 소설도 문학 부문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올해 홍콩 금상장 영화제에서 '중국ㆍ대만 최고의 영화상'도 받았다. 15년 뒤 다시 만난 커징텅과 친구들. 그냥 늘 똑같은 모습으로 사는 모습이 또한 흐뭇하다.
안순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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