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과 해당 학교가 협조 공문을 발송하고 수차례 방문했지만, 문전박대를 당할 정도로 자치구들이 지원을 꺼리고 있다.
22일 대전교육청과 자공고 등에 따르면, 자공고 선정을 위해 자공고 신청 학교와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재정지원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자공고로 선정되기 위해 해당 학교는 재정지원금액이 포함된 지자체와의 협약서를 첨부해 교과부에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전의 6개 고교는 절차에 따라 해당 지역 지자체와 MOU를 맺었고, 덕분에 동신고·대전여고(동구), 대전고(중구), 충남고(서구), 노은고(유성구), 송촌고(대덕구)는 자공고로 선정됐다.
동구청은 2010년 8월 동신고와 MOU를 맺었다. 5년간 매년 1억원 이내의 예산을 지원하겠다는 약속이다. 2011년 3월에는 대전여고와도 5년간 매년 5000만원 이내를 지원한다는 MOU를 체결했다.
기숙사, 급식시설 등 교육환경개선사업과 연구비, 장학금 등 인재육성, 지역주민과 연계한 평생교육프로그램 운영 등을 위해 쓰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하지만, 한 푼도 지원하지 않았다. 교장과 학교운영위원장 등이 구청과 의회 등을 수차례 방문했지만 소용없었다.
A고 교장은 “재정여건이 어려운 건 알지만, 최소한의 성의는 보여야 하는 게 예의 아니냐”고 말했다.
중구는 물론, 재정여건이 낫다는 서구와 유성구도 마찬가지다.
중구는 2010년 7월 대전고와 5년간 매년 5000만원 상당을 지원한다는 협약을 맺었다. 동구와 마찬가지로, 지역 특성상 경제적·교육적 여건이 어려운 학생들이 많다는 점에서 해당 고교에서 적극적으로 약속 이행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구도 2010년 충남고의 학력신장과 교육지원 활동 등을 위해 매년 5000만원 이하를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현재까지 충남고에 지원된 예산은 없다.
유성구 역시 학교환경 정비, 장학금 지원, 청소년 정신건강 등을 위해 재정을 지원한다는 협약을 맺었지만 노은고가 지원받은 건 없다.
B고 교장은 “100만원이라도 약속을 지켜달라고 했지만, 실무자선에서 거부당했다. 이젠 말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나마 성의를 보인 곳은 대덕구뿐이다.
2010년 송촌고와 5년간 1억원 이내를 지원한다는 MOU를 체결한 대덕구는 그해 11월 1000만원을 지원했다. 동구, 중구 못지않게 재정 여건이 어렵지만, 기관 간 약속을 존중했다. 물론 2011년과 올해엔 지원하지 않았지만, 송촌고는 타지역 자공고로부터 부러움을 살 정도다.
구 관계자는 “협약은 서로 이해관계에 따라 맺은 것으로, 교육경비 보조에 관한 규정상 인건비도 충당 못하는 자치구는 보조금을 교부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어렵다는 건 잘 알고 있다. 중요한 건 공기관 간의 신뢰와 약속을 지키겠다는 의지”라며 “서로 여건을 이해하고 오해를 풀기 위해서라도 긍정적으로 검토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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