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종국 서예가·전 대전시 의장 |
그러나 각 부처 간에 시행령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산재보험의 적용 등과 관련해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한다. 현재 예술인은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되어 산재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데, '예술인 복지법'은 산재 보상과 관련된 규정이 단지 선언적인 의미로 담겨 있을 뿐이고, 영화나 공연 스태프처럼 현장인력의 산재보험에 머무르는 수준이어서 알맹이가 없다는 지적이다. 이는 예술인이라는 직업을 어떤 근로 형태로 규정할 것인가 하는 가장 원론적인 부분부터 보편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OECD 국가들이 근로자의 정의를 따지기보다 사회보장 차원에서 특수고용노동자에게 산재보험을 확대 적용하는 추세라는 사실을 정부가 주목해야 할 것이다.
한편 예술인복지재단 설립 등에 책정된 예산이 고작 10억 원 남짓에 불과한 사실도 드러났다. 그 마저도 행정부의 재정지원이 법적인 강제규정이 아닌 임의규정 형태이기에 안정적인 재정을 뒷받침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또한 정부 및 공공기관의 부채증가와 재정악화, 정략적 정책 사업을 위한 비효율적 예산책정 등으로 인해 정작 필요한 복지사업의 재원 마련도 요원하다. 이런 상황에서 예술인을 위한 고용보험 등 4대 보험 적용이나 국민연금 가입 등의 복지혜택 확대 가능성은 어둡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예술인 복지법' 시행을 앞두고 예술인이 취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물론 예술인들이 창작에 전념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과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홍보와 여론형성 및 적극적인 정치활동 등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예술인이 경제활동의 한 구성원이자 직업인으로 자립하기 위한 특화된 자구책을 스스로 개발하고 주도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마침 오는 12월 시행되는 '협동조합 기본법'에 의해, 기존의 조합설립의 족쇄가 제거되어 5인 이상만 모이면 다양한 형태의 협동조합 설립이 가능해진다.
협동조합은 이윤 극대화를 목표로 하는 기업과는 달리 조합원이 주인이 되어 조합원의 이익과 복지를 추구하는 민주적·비독점적 시스템이기 때문에, 안정적 경제성장을 가능케 하는 건강한 사회적 기업으로 평가된다. 현재 예술계 또한 젊은 작가들 중심으로 각 분야별 특성에 입각한 협동조합 준비를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다고 들었다. 예를 들어, 독립 음악가들이 만든 '자립음악생산조합' 의 경우, 조합원이 공연장과 장비, 기획자, 스태프를 공유하고 조합원의 음반 제작비를 지원하며, 저렴한 가격의 장비대여나 합동공연 수익으로 운영비를 마련한다고 한다. 시각예술분야 또한 협동조합을 통해 예술인과 기업을 직접 연결하고, 창작준비 단계부터 홍보마케팅, 공정거래를 위한 계약서 작성과 객관적 인건비 산출 등 실무를 공동으로 처리하며 이익을 함께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협동조합의 장점과 다양한 발전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로는 우려 또한 공존하고 있다. 충분한 준비 없이 문화예술 협동조합을 설립할 경우 출자비용을 낭비하거나, 영리만을 앞세우다 오히려 기존 문화예술 활동의 근본이나 미약한 자생력마저 와해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비록 지금은 걸음마 단계이지만 젊은 예술가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추진력 그리고 중견예술인의 경험이 어우러진다면, 협동조합을 통해 예술이라는 특수한 경제활동을 펼치는 직업인으로 거듭날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예술인 복지법'은 예술을 직업으로 삼은 근로자 즉, 예술인의 권리와 복지를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첫걸음에 불과하다. 현재 노정된 많은 미비한 부분은 예술인이 스스로 보완해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예술인이 경제적 자생을 통해 힘을 길렀을 때 비로소 진정한 '예술인 복지 법'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문화예술인의 경제활동과 밀접한 협동조합의 활성화를 위해 정부 또한 홍보 및 교육, 세제혜택, 행정적 지원 등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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