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공간을 놀다 두 번째, 대전 여행의 시작점 대전 대흥동 카페 도시 여행자를 소개할까 합니다. 나는 나름 대전에 애정이 많다고 자부해온 사람이었습니다. 대전에서 났고 스물세 해를 대전에서 자랐으며 내가 좋아하는 모든 공간은 대전에 있으니까요. 나에게 대전은 고향이자 일상입니다. 평소에도 타지로 여행을 가기보다는 대전을 노는 것, 일상의 소소함을 낯선 시선에서 바라보는 것을 즐겨하고 있습니다. 사실 여행이라 함은 친숙한 곳을 낯선 시선에서 보는 것 또한 여행의 일부가 될수 있기에 마련이지요. 아무튼, 나는 대전인입니다.
내가 갓 대전에 애정을 갖기 시작했다면. 대전 대흥동 카페 도시여행자엔 대전을 너무나 사랑하는 두 젊은이가 있습니다. 오죽하면 자신의 아들 이름을 김대전이라고 짓겠다고 이야기한 김준태 씨와 그 못지 않게 대전을 사랑하는 박은영 씨. 두 분은 대전을 들리는 모든 도시 여행자들을 위해 카페를 열었습니다. 사실 카페라봐야 조그마한 공간입니다. 한 평을 차지한 오피스와, 1평 갤러리, 지역 아티스트들을 위한 전시 공간, 라이브러리가 더 큰 공간을 차지하거든요. 이 둘 앞에 서면 나는 대전에 대해 또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대전 시티즌과 최은성 선수, 대흥동과 하늘 동네, 대전의 수많은 이야기들과 공간에 대해서 말이지요.
오픈한지 몇 달 안 된 카페에선 도시에서 한 달 살기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김준태 씨와 박은영 씨가 작년 런던에서 한 달을 살며 찍었던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는데요. 나도, 대전을 한 달 살며 이런 전시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타지인의 시선에서, 낯설게. 내 추억과 기억과 소소한 편린들이 가득한 공간을 바라본다면. 또 다른 느낌이겠지요. 사실 나는 또 다른 이름의 대전을 여행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전시 공간은 예약을 받아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전시하게 됩니다. 나도 훗날 나의 이야기가 잔뜩 담긴 사진으로 전시를 열 수 있겠지요? 나의 봄과 인도 여행을 잔뜩 올리고 싶은 마음이 한 가득입니다. 도시여행자는 대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깃들어 있습니다. 박은영 씨와 지역 아티스트가 발간하는 잡지 37.5, 김준태 씨가 발간하는 축구 여행자를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습니다. 엊그제는 제 경주 친구가 대전에 놀러와 이 공간에 들렀더랍니다. 은영 씨가 타준 노란 잠수함을 마시고 준태 씨의 여행 코디를 받고 하늘 동네에 오르고 제게 문자 하나를 건냈더랍니다. '한규 형 대전 제대로 놀고 갑니다.'
어땠나요 도시 여행자. 대전 여행의 초입에서 혹은 대전 여행을 마치고 한 번 들러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보는 것은 어떨는지요. 이제야 두 번째 공간을 소개했지만 나는 벌써부터 나의 소중한 두 공간을 대전 시민 분들께 공개해서 정말 즐겁습니다. 나의 일상과 이상과, 여행과 삶이 조금씩 깃들어 있는 공간들. 그대들의 일상에도 혹은 '여행'이라는 이상에도 이 공간들이 큰 감흥을 선사하길 바라봅니다. 대전, 공간을 놀다. 대흥동 카페 도시 여행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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