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를 나와야 사람대접을 받는 세태 속에서 제자의 진학에 걸림돌이 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았을 수 있다. 추천서를 써달라는 제자의 청을 거절하기 힘들었을 수도 있다. 그래도 제자가 잘못된 길을 가면 꾸짖고,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것이 스승의 본분이다. 비록 지난 일이긴 하나 추천서 작성을 단호히 거부했어야 마땅하다. 더욱이 성폭행 가담 학생을 ‘봉사왕’으로 추천하다니 어디 가당키나 한 일인가.
교사의 본분을 저버린 행위의 결과는 아주 심각하다. 제자의 앞길은 망가져 버렸고, 교사는 교사대로 허위 추천서를 써 부정을 저지른 교사가 돼버렸다. 학교도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재학생들은 “낯을 들고 다니기 어렵다”고 하고, 학부모들은 “그런 학교에서 무엇을 배우겠느냐”고 성토한다. 사회단체들은 “관련 교사와 학교장 등 책임자를 문책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책임론보다 무서운 것은 학교교육에 대한 학부모와 학생, 그리고 시민들의 신뢰가 무너져 내렸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아도 학교폭력과 청소년 범죄 근절을 위해 우리 사회 모두 힘을 쏟아야 할 상황이다. 그런데 이처럼 성폭력이 용인되는 결과가 빚어진다면 학교교육에 기대할 더 이상 희망은 없다.
물론 뽑아놓기만 하고 검증을 소홀히 한 대학에도 문제가 있다. 입학사정관제의 공정성과 신뢰도에 문제가 있다는 숱한 지적에도 꼭꼭 귀 막은 교육당국의 잘못도 적지 않다. 이번 사건처럼 학생과 교사가 허위 자료를 제출한다거나 수상 실적, 봉사활동시간 등을 조작한다 해도 검증해내지 못한다면 그런 허술한 제도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사후적으로 입학을 취소한다고 허술하기 짝이 없는 입학사정이 덮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번 기회에 실적 쌓기에 오용될 소지가 있는 등 허점투성이인 입학사정관제의 문제점을 시급히 고쳐야 한다. 내신도, 교사 추천서도 믿지 못하게 된 현실부터 먼저 고쳐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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