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유등천에 식재된 조경수가 수개월이 지나도록 고사하고 있다. 대전하천관리사업소는 3대 하천 조경수 최소 300여 그루가 고사했다고 집계했다. |
더욱이 고사한 나무가 수개월째 방치되면서 오히려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하천경관도 해친다는 민원이 나오고 있다.
대전시하천관리사업소와 대전지방국토관리청에 따르면 대전의 갑천과 유등천, 대전천에 지난해 봄부터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모두 3895 그루의 나무가 식재됐다.
천변의 산책로를 걷다보면 잔디밭에 20m 간격을 두고 가슴 높이의 배롱ㆍ매화나무부터 높이 3m의 느티나무, 메타세쿼이아를 쉽게 볼 수 있다. 천변에 나무를 심는 것은 좀처럼 보기 어려운 것으로 하천구역 내 친수공간 조성을 위해 수목식재가 가능해지면서 대전의 첫 사례에 해당한다.
천변에 나무를 심은 게 지난해였으니 지금쯤 푸른 잎을 보여야겠지만, 천변 조경수의 모습은 기대와 사뭇 다르다. 천변 중앙에 철사로 고정된 높이 3m의 느티나무와 벚나무 상당수가 겨울처럼 앙상한 가지만 남았거나 나뭇잎 몇 장에 불과해 고사하고 있다. 또 나뭇잎이 갈색으로 변색된 매화나무 등 가슴 높이의 관목류도 천변에서 손쉽게 눈에 띈다.
시 하천관리사업소도 지난 6월 하천변에 조경수 고사 현황을 조사한 결과 300여 그루의 나무가 말라 죽었거나 조경수의 역할을 기대할 수 없는 상태인 것으로 집계했다.
앙상한 가지만 남은 조경수가 쇠줄에 묶인 채 그대로 하천에 남겨지면서 오히려 경관을 해친다는 주민 민원이 잇달아 제기되고 있다.
유등천에서 만난 박(64)모 씨는 “하천에서 매일 운동하며 지켜봤는데 나뭇잎도 없는 고사한 나무가 한두그루도 아니고 그나마 쇠줄에 묶여있지 않았으면 분명 쓰러졌을 것”이라며 “큰 나무를 애써 심어 고사시키는 것은 예산낭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4대강 사업 후 시설물 관리권을 받은 하천관리사업소는 대전국토관리청에 조경수 하자보수를 요청한 상태다.
시 하천관리사업소 관계자는 “지난 여름 가뭄이 심했고 식재 과정에서 고사한 나무가 발견되고 있다”며 “국토관리청과 협의해 올 가을 고사한 나무를 모두 교체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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