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세 대전대 법학과 교수 |
올 여름 전국적으로 녹조가 만연한 현상을 두고, 이명박 정부의 4대강 개발을 원인으로 지목하는 전문가들이 꽤 있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김정욱 교수는 4대강에 건설된 보 16개를 모두 철거해야만 녹조가 해소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부는 4대강 사업과 녹조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한다. 기온이 내려가고 비가 내리면 녹조도 자연히 소멸될 것이란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해 많은 전문가가 환경침해를 우려하며 반대했다. 이 사업을 꼭 해야 한다면, 이 대통령이 주장하는 개발효과가 실제로 발생하는지 확인하고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한 곳씩 순차적으로 공사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 대통령은 수많은 전문가와 대다수 국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정부발표로도 22조원이나 소요된다는 4대강 사업을 밀어붙였다. 야당 계산으로는 공사비만도 35조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전시 예산의 10년 치에 가깝다.
결국, 공사가 끝나기도 전부터 지천의 역행침식, 수질악화, 수중보의 균열과 하상침식 등 수많은 문제가 노정되었다. 이 대통령이 그 모든 반대와 합리적 제안을 무시하고 4대 하천의 강바닥을 동시에 파 엎은 이유가 무엇인지 정말 궁금하거니와 앞으로 만일 이 대통령과 정부가 호언한대로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부작용과 추가비용으로 국민이 고통 받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토건회사 CEO출신 대통령이 대전시 예산의 10년 치나 되는 혈세로 토건족의 잇속을 채워줬다고 그저 쓴웃음 짓고 말 것인가.
최근 서울에서는 일부 시민단체와 야당이 세빛둥둥섬 사업과 관련하여 오세훈 전시장과 관련 공무원 15명에 대해 370억원의 구상권을 행사하기로 했다는 발표가 있었다. 이들은 또 '지방공무원법', '지방재정법', '지방공기업법' 등을 개정하여 지방공무원의 징계시효를 연장하고, 자치단체가 무분별하게 민자사업에 출자하는 것을 제한하는 한편, 담당 공무원에 대한 구상권 행사 가능성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한다.
선거를 통해 취임한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임기 중 치적을 쌓기 위해 대규모 건설사업을 벌였다가 지방재정에 타격을 입히는 사례가 흔히 발생하고 있다.
민간 투자액 6354억원 등 모두 1조1027억원이 투입된 용인경전철은 개통 2년이 넘도록 멈춰 서 있다. 우리 지역에서도 크고 작은 사업을 졸속으로 또는 부실하게 추진해 혈세를 낭비한 사례가 얼마든지 있다. 멀게는 홍명상가 기부채납계약서 분실 등으로 인하여 수백억원의 예산을 낭비했고, 갑천 고속화도로 건설 때는 수요예측을 그르쳐 역시 수백억원에 달하는 혈세를 낭비하고 있으며, 수십억원을 들여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든 뒤 무용지물로 방치하다가 수억원을 들여 철거한 사례도 있다.
공무원은 국가와 지역발전을 이끌고 국민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임무를 수행한다. 물론, 그들도 선거를 통해 취임하는 대통령이나 자치단체장의 지휘 감독을 받아야 하므로 개인적 소신을 지키기 어려운 경우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공무원으로 임용되어 혈세로 생계를 유지하고, 공무원이라는 신분만으로도 일정한 사회적 지위를 누리는 이상, 국민의 이익을 위해 봉사할 의무는 기관장에 대한 충성의무를 훨씬 뛰어 넘는다.
그들이 승진이나 영달을 위해 국가와 국민에 대한 의무를 다 하지 않았다면, 혈세가 낭비되는 것을 알면서도 개인의 이익을 위해 이를 방지하지 않았다면, 그 책임을 묻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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