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성폭행 가담자 합격' 사태로 입학사정관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서류만 잘 꾸미면 된다'는 인식까지 확산되면서 허위와 은폐는 물론, 대필까지 판치면서 부정입학을 위한 합법적인 제도라는 오명을 쓸 정도다.
입학사정관제는 대입 전형의 선진화를 위해 2007년 8월 처음 도입됐다. 내신성적과 수능점수만으로 평가할 수 없었던 잠재능력과 소질, 가능성 등을 다각적으로 평가하고 판단하기 위한 제도다. 평가기준은 수학능력(내신)과 리더십, 잠재능력, 봉사정신, 문화친화력 등이며, 올해엔 인성 평가가 포함됐다.
수학능력은 각종 교내 경시대회 상장, 우수상, 성적 향상 등 학업에 대한 능력이다. 리더십은 회장, 부회장, 총무, 연구활동부장 등의 활동이다. 봉사활동은 다양한 봉사활동 전력이고, 문화친화력은 신문과 영화, 책 등 사회에 대한 관심을 평가한다.
입학사정관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자기소개서와 포트폴리오(서류)다. 대외적인 수상과 활동 등은 해당 기관에서 증명할 수 있지만, 대내적으로 이뤄지는 평가는 사실상 학교와 담당 교사에 의해 좌우된다. 집단 성폭행에 가담한 학생이 성균관대에 '봉사왕'으로 합격한 것도 교사와 학생, 학부모 등의 합작품이라 할 수 있다.
서구 A 고교 진학담당 교사는 “입학사정관 응시 여부와 서류 등은 학생과 학부모, 학교가 논의해 결정한다. 하지만, 교사 입장에서 불가항력도 만만치않다”고 말했다.
허위 증명서를 작성하거나, 불리한 사실을 숨기는 비교육적 행태가 교육 현장 곳곳에서 나타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대학에 제출할 자기소개서를 대신 써주는 업체와 인터넷사이트가 '대목' 때마다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대필'도 활개치고 있다. 전직 입학사정관이 자기소개서와 추천서 컨설팅 장사를 하다 적발될 정도다.
고3 학부모인 주모(49) 씨는 “아이 얘기를 들어보면 자기소개서를 직접 작성하는 학생은 거의 없다. 아이의 미래가 달렸기 때문에 부정과 편법에 쉽게 넘어갈 수밖에 없는 게 고3 학부모”라고 말했다.
대학 관계자는 “은폐와 허위, 대필은 명백한 사기다. 진리의 상아탑인 대학의 존엄을 짓밟는 것”이라며 “부정 입학에 대해선 합격취소는 기본이고, 형사처벌과 향후 대학 입학 금지라는 엄격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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