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텝업' 시리즈의 네 번째 이야기 역시 춤에 미친 댄스 머신들의 이야기다. 그러나 기존 댄스대회나 배틀 컨셉트에서 벗어나 '플래시 몹(Flash Mob. 여러 사람이 한데 모여 통일된 춤이나 행동을 보여주는 행위)'을 소재로 삼았다. 퍼포먼스는 더 화려해졌고, 메시지도 강력해졌다.
마이애미의 빈민가를 밀어내고 그곳에 거대 리조트를 건설하려는 계획이 발표된다. 반대하는 션은 자신이 이끄는 플래시 몹 팀 '더 몹'을 이용해 목소리를 내려 한다. “더 몹이 말하면 모두 귀를 기울여”라고 믿는 이들, 춤으로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거리의 춤에서 현대 무용까지, 듀엣에서 군무로 거듭할수록 화려해지는 춤이 흥을 돋운다. 주인공 션과 에밀리를 중심에 세운 플래시 몹은 해안가 도로, 초호화 갤러리, 시의회 건물, 항구로 무대를 넓혀가며 공연예술에서 저항예술로 거듭난다. 미술 작품들을 무대의 일부로 재배치한 미술관 신이나 컨테이너 박스들을 활용한 항구 신이 특히 눈길을 잡는다. 네 번째 시리즈까지 안무를 맡아온 자말 심스의 고민이 느껴지는 대목.
시의회 로비에서 검은 정장을 입고 로봇 춤을 추면서 획일성을 보여주는 군무와 진짜 로봇 인형이 등장하고, 인형에게 들린 팻말에 쓰인 “우리는 팔리는 상품이 아니다”라는 구호는 부제가 왜 '레볼루션(혁명)'인지를 보여준다. 통쾌한 명장면이다.
안순택 기자 soot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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