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주영 문화부장 |
한국은 런던올림픽에서 애초 목표로 내세운 '10-10'(금메달 10개 이상-종합순위 10위 이내) 목표를 초과 달성하며 종합 5위를 차지했다. 종합 5위는 한국이 원정으로 나선 올림픽 무대에서 가장 좋은 순위다.
한국은 안방에서 치러진 1988년 서울 대회에서 금 12개·은 10개·동 11개(총 33개)의 메달을 따내 종합 4위를 차지하며 역대 올림픽을 통틀어 최고 순위를 작성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금메달 13개에 5위를 차지한 한국은 2008년 베이징 대회(금 13개·종합 7위)와 최다 금메달 타이를 이루며, 2개 대회 연속 '10-10' 달성에 성공, 스포츠 강국의 입지를 확실히 굳혔다.
이런 이면에는 10대 그룹의 전폭적 지원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이 획득한 28개 메달(금 13개, 은 8개, 동 7개) 가운데 10대 그룹이 후원하고 있는 종목에서 22개 메달(금 10개, 은 6개, 동 6개)이 쏟아져 전체의 79%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펜싱, 사격 종목에서는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두었다며 스포츠 발전을 위한 우리 기업들의 사회공헌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고 전경련은 설명했다.
실제 런던올림픽 출전종목 22개 중 양궁, 사격, 펜싱 등 7개 종목의 협회장을 10대 그룹 CEO가 직접 맡고 있다.
기업이 직접 운영하고 있는 스포츠선수단 소속 선수들도 우수한 성적을 거둬, 한국 스포츠계의 효자역할을 했다.
김현우(레슬링, 삼성생명), 오진혁 (양궁, 현대제철), 박태환(수영, SK텔레콤) 등 10대 그룹 선수단 소속 선수들은 전체 메달의 29%인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 동메달 3개를 획득했다.
대전 지역으로 시각을 돌려보면 지역 기업들의 스포츠 실업팀 기여도는 높지 않다는 소식이 들려와 씁쓸하기만 하다.
대전 실업팀 29팀 가운데 기업 운영팀은 고작 1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한화갤러리아 사격팀을 제외한 나머지 28개 팀은 대전시청, 구청, 공사, 공단, 대전시체육회 등 공공기관이 운영하고 있다.
사실상 향토기업을 기반으로 한 실업팀은 찾아 볼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타 시ㆍ도는 지역 기업들이 실업팀을 만들어 운영하는 사례가 상당수에 달해 대조적인 모습이다.
본보의 조사에 따르면 대구와 전북, 광주, 인천 등 타 시·도에는 향토기업이 실업팀을 꾸려 지역 스포츠 발전에 일익을 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은행은 정구 및 사격, 대구백화점 사격, 동아백화점 농구 등 3개 향토 기업이 4개 실업팀을 꾸리고 있다.
전북지역에도 본사 또는 공장을 둔 4개 기업에서 4개 팀을 운영 중이다.
광주에는 향토은행인 광주은행이 역도, 인천에서는 지역 제조업체인 국일정공이 농구팀을 두고 있다.
올림픽이 끝난 후 우리지역 기업 몇 곳을 대상으로 실업팀 창단을 물어봤다.
대부분 업체가 경기 상황이 좋지 않은데다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된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지역민들의 아쉬움이 크다.
지역 기업이 운영하는 실업팀이 없어 지역 출신 운동선수들이 타 지역으로 빠져나가 지역 홍보 효과를 반감시키는데다 일부 선수들은 학교를 졸업 한 뒤 운동을 그만두는 일까지 있다는 것이다.
체육계의 답답함은 더하다.
실업팀이 없어 우수 선수 진로 및 유출 문제는 물론 전국체전 등 종합경기대회에서 대전의 전체적인 전력 유지도 어렵기 때문이다.
대전의 한 체육계 인사는 “이번 런던올림픽을 통해 한국의 비인기 스포츠에 대한 대기업들의 장기적인 지원 노력이 커다란 결실을 맺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며 “대전에서도 기업들의 실업팀 창단 붐이 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런던올림픽 열기를 이어 받아 우리 지역에서도 기업이 운영하는 순수 실업팀이 창단되는 계기점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기업들의 스포츠 사회공헌 노력과 함께 지역민들도 비인기종목 스포츠에 대한 보다 많은 관심과 애정을 보일 때 지역 체육 역량은 한 층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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