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토탈 리콜]CG로 덧칠된, 돌아온 걸작

  • 문화
  • 영화/비디오

[영화-토탈 리콜]CG로 덧칠된, 돌아온 걸작

22년만의 리메이크 완성도 up... 오리지널의 '맛'은 없어졌다? 감독: 렌 와이즈먼 출연:콜린 파렐, 케이트 베킨세일, 제시카 비엘

  • 승인 2012-08-16 14:20
  • 신문게재 2012-08-17 11면
  • 안순택 기자안순택 기자
줄거리:악몽에 시달리는 공장노동자 더글러스 퀘이드는 악몽의 근원을 찾아 환상을 기억으로 바꿔준다는 '리콜' 서비스를 찾아간다. 기억을 심는 과정에서 갑자기 군대가 들이닥치고, 아내마저 그를 죽이려 한다.

'토탈 리콜'의 원작은 SF소설의 대부 필립 K. 딕의 단편소설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다. 이를 바탕으로 폴 버호벤 감독이 1990년에 내놓은 '토탈 리콜'은 매혹적이었다. 샤론 스톤이 등장해서가 아니다. 컴퓨터그래픽이 막 도입될 당시, 영화가 빚어낸 상상력은 놀라웠고 가슴 셋 달린 여자처럼 대담하고 기괴한 유머, '나는 누구인가'를 묻는 존재론적 질문은 오롯이 성인 취향이었다.

리메이크에 도전한 렌 와이즈먼 감독은 폴 버호벤 식 성인 취향엔 관심이 없다는 듯 15세 관람가에 농도를 맞춘다. 가슴 셋 달린 여자에겐 브래지어를 채웠다. 원작의 철학적인 상상력은 지워버리고 그 빈자리에 부산스러운 액션 시퀀스를 채워 넣었다.

이야기의 뼈대는 거의 비슷하다. 아름다운 아내 로리(케이트 베킨세일)와 사는 노동자 더글러스 퀘이드(콜린 파렐). 그는 의문의 여인 멜리나(제시카 비엘)와 함께 쫓기는 꿈을 꾼다. 이상한 꿈을 왜 꾸는지 궁금한 그는 가상의 기억을 심어준다는 회사 '리콜'을 방문하는데, 기억을 심는 과정에서 갑자기 군대가 들이닥치고, 퀘이드는 자신의 삶이 위조된 것이며 원래는 비밀요원이었다는 충격적인 사실과 마주한다.

리메이크와 폴 버호벤의 것이 비슷한 점은 여기까지다. 폴 버호벤의 퀘이드가 꿈속에 등장하던 화성에서 진짜 자신을 찾았다면 렌 와이즈먼은 그를 지구에 묶어둔다. 아마 렌 와이즈먼이 가장 공을 들인 설정이 지구 중심을 관통하는 중력열차 '폴'일 듯하다. '토탈 리콜'의 세계는 화학전으로 지구 대부분이 오염된 미래로, 오염으로부터 안전한 영국연합과 지구 반대편 오스트레일리아 식민지로 나뉘어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에 사는 노동계급은 폴을 타고 영국연합으로 출퇴근한다. 폴 버호벤의 퀘이드가 화성으로의 여행을 꿈꾸었다면 렌 와이즈먼의 퀘이드의 희망은 답답한 현실을 벗어날 수 있는 돌파구다.

렌 와이즈먼이 22년 만에 리메이크에 도전한 이유는 엄청나게 발전한 CG의 위력을 보여주자는 데 있는 듯하다. 물론 특수효과와 액션은 20년이란 세월의 간극이 있는 만큼 상당한 수준의 완성도를 보여준다. '블레이드 러너'를 옮겨온 듯한 음울한 미래도시, '스타워즈'의 클론 트루퍼를 연상시키는 안드로이드 군단, '본' 시리즈의 육탄 액션까지 볼거리도 풍성하게 장전했다. 그러나 상상력이 무딘 특수효과와 액션 설계는 갈수록 무덤덤해진다. 주인공 퀘이드는 비디오 게임을 하듯 장소를 옮겨 가며 요란한 싸움만 반복한다.

원작을 경험한 적이 없는 컴퓨터그래픽 세대를 위한 21세기 형 액션 블록버스터라고 할까. 별 생각 없이 머리를 식힐 요량이라면 권할 만하다. 다만 오리지널을 본 관객이라면 아쉽게 느껴지는 면이 많다. 볼 참이라면 오리지널 '토탈 리콜'은 아예 잊는 게 낫다.

안순택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3.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1.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2.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3.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4.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5. 경무관급 경찰서 없는 대전…치안 수요 증가 유성에 지정 필요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