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전투기가 63빌딩을 향해 돌진하고 한강 대교들 사이를 쏜살같이 가로지른다. 그 뒤를 우리 공군의 F-15K가 굉음을 내며 뒤쫓는다. 압권이다. 빠른 속도감은 혼을 빼놓는다. 서울 상공에서 벌어지는 공중전 장면은 분단이라는 특수성과 맞물려 특히 몰입도가 높다. 스치고 지나가는 전투기의 소닉붐에 유리창이 와장창 깨져 날리고, 무수한 파편 속에서 사무실 사람들이 화들짝 놀라는 장면은 어떤가. 슬로우 모션으로 잡은 장면은 숨이 막힐 정도로 멋지다.
'알투비:리턴 투 베이스'의 미덕은 눈 돌릴 틈 없는 공중 전투 액션이다. 지금까지 우리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영상효과를 선보여 한층 더 진화된 영상을 보여준다. '인셉션', '다크 나이트'에 참여한 할리우드 항공촬영팀 '울프에어'가 합류해 전투기에서 찍은 실제 비행 장면에다 CG를 '5대5 비율'로 섞었다는 고공 액션은 할리우드의 그것에 맞춰진 국내 관객들의 눈도 충분히 만족시킬 만하다.
하늘로 솟았다가 빠르게 하강하는 전투기의 기동과 굉음, 전투기가 서로 스쳐 지나가는 역동적인 순간들은 생동감이 넘치고, 전투기가 북한의 미사일 기지를 공격해 초토화시키는 장면도 씩씩하고 시원하다. 문제는 공중 전투 액션 장면에 이르기까지다. 드라마는 21전투비행단 조종사들의 소소한 일상을 비춘다. 장난기 많고 사고뭉치인 태훈(정지훈)과 군인정신으로 똘똘 뭉친 팰콘 편대장 이철희(유준상)의 대립, 태훈과 정비사 유세영(신세경)의 러브 라인, 이글 편대장 박대서(김성수)와 그를 짝사랑하는 조종사 오유진(이하나)의 이야기가 각각 한 축을 이룬다.
구성이야 나쁘지 않지만 그들만의 러브스토리에 감정을 이입하기엔 스토리 전개가 너무 헐겁다. 맛있는 재료는 잔뜩 꺼내 놓았는데 막상 어느 것도 맛을 내지 못한다. 예쁜 화면에 오글거리는 대사만 떠돌 뿐이다. 113분 안에 고공 액션을 살리려다보니 인물들의 감정과 특성을 드러낼 장면이 많이 잘렸다고는 하지만 잘려도 너무 잘렸다.
그러다 갑자기 북한 전투기가 서울 상공을 침공하는 일이 끼어든다. 전투기를 뒤쫓던 21전투비행단 지석현(이종석) 대원은 북한 땅에 불시착하고 북한 군부의 쿠데타 세력이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쏘려 하자, 한국 정부는 '리턴 투 베이스' 작전을 독자 감행한다. 태훈과 철희는 '7분 안에' 북한의 도발을 잠재우고 석현을 구출해 기지로 귀환해야 한다.
국방부와 공군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고, 군 입대로 당분간 볼 수 없는 정지훈에 인기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국민 남편 유준상, 신세대 스타 신세경 등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조건을 두루 갖췄다. 하지만 영화는 지닌 장점을 적재적소에 활용하지 못한다.
'왜'가 없기 때문. 북한 전투기가 왜 침공을 했는지, 북한 쿠데타 세력은 왜 미사일을 쏘려하는지 설명이 없다. 입을 딱 벌어지게 만드는 멋진 장면도, 왜 그래야 하는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지, 하는 개연성이 있어야 산다. 장면만 놓고 보면 감탄이 나오는 전투기 액션에 긴장감이 떨어지는 건 그래서다. 한국형 고공 액션을 멋지게 개척했다는 찬사 못잖게 아쉬움이 크다. 1992년 미국 대선에서 쓰인 구호를 빌려 말하면, “바보야, 문제는 스토리야!”
안순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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