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의 땅… 그대가 있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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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의 땅… 그대가 있었기에”

'67회 광복절' 대전현충원 애국지사 묘소 라상준·이홍식·정병소 지사 유족들 찾아 “조국의 자유위해 고문·징역 이겨냈던… 고귀한 희생 헛되지 않길” 절실한 소망

  • 승인 2012-08-15 16:03
  • 신문게재 2012-08-16 5면
  • 강우성 기자강우성 기자
▲  라상준 애국지사의 아들 라학(71)씨가 부친의 묘 앞에서 북바치는 감정에 울음을 터뜨렸다<왼쪽 사진>. 이홍식 애국지사의 딸 이정애(80)씨가 선친의 봉분에 술을 올리고 있다.
▲ 라상준 애국지사의 아들 라학(71)씨가 부친의 묘 앞에서 북바치는 감정에 울음을 터뜨렸다<왼쪽 사진>. 이홍식 애국지사의 딸 이정애(80)씨가 선친의 봉분에 술을 올리고 있다.

“아버지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조국과 광복의 의미가 갚지게 되새겨지길 바랄 뿐이죠.”

제67회 광복절을 맞은 15일 대전국립현충원에는 숙연한 분위기 속에 애국지사 묘역을 찾는 유족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이른시각. 애국지사 제3묘역에서는 한 백발의 노인이 누군가의 묘비를 찾아 헤매고 있었다.

몇 번을 헤맨끝에 라상준 애국지사의 묘비 앞에 선 노인은 손수건으로 연신 눈가를 훔치기 시작했다. 아들인 라학(71)씨다. 라상준 애국지사는 서산에서 장날 태극기를 들고 전단지를 뿌리며 일제 지배의 부당함을 알리다 순사들에게 잡혀 모진 고문을 당했다. 라 지사는 출소 후 일본 경찰국을 습격하고 만주로 건너가 독립군에 소속돼 활동하다 숨졌고, 그의 시신은 국내로 돌아오지 못했다. 라 지사의 시신이 국내에 돌아온 것은 같이 활동했던 단원이 십수년 후 만주에서 라 지사를 임시로 가묘해 둔 곳을 찾아낸 뒤였다. 라 지사는 그때서야 그가 그토록 바랬던 독립된 조국의 산하에 묻힐 수 있었다.

여기까지가 라씨가 알고 있는 아버지의 이야기다. 라씨는 대화내내 벅차오른 감정을 달래기 어려운 듯 두손으로 얼굴을 감싸쥐었다. 라씨는 “기억하는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은 아주 어릴적 큰 형님에게 엎혀 장항역에서 떠나는 아버지를 바라봤던 것 뿐”이라며 “너무 어릴적이라 아버지의 얼굴 조차 잘 기억나지 않아 슬프다”고 말했다. 또 그는 “지금의 세대가 광복절에 놀이동산 등으로 놀러가기 바쁜 모습을 보고있자면 화가 난다”고 덧붙였다.

인근 묘역에선 노 부부가 묘비에 술잔을 올리고 있었다. 이홍식 애국지사의 둘째 딸 이정애(80)씨 부부다. 이씨 부부는 고창에서 세시간 여를 달려와 부친의 묘 앞에 섰다.

이홍식 지사는 경북 하동에서 활동한 독립군이다. 이 지사는 활동 중에 체포돼 오랜 세월을 대구형무소에서 보낸 탓에 광복 후 중풍과 각종 고문에 따른 후유증으로 평생을 고통에 신음하며 보냈다. 이씨 부부는 “어려운 생활에도 더 어려운 주위를 돕고자 나섰던 분이었다”며 “살아생전에 더 잘 모셨어야 했다”고 회한을 내비쳤다.

이씨 부부는 바로 옆에 봉안된 신만중 지사의 묘에도 술을 따라 올렸다. 이씨는 “부친과 같이 활동했던 분이지만 자손이 없어 올 때마다 같이 제를 올리고 간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묘역에서는 10여명의 일가족이 모여 술잔을 올리고 있었다.

일제에 저항하고자 학생운동을 펼친 정병소 애국지사의 유족들이다. 딸인 채연숙(83)씨는 “고집스런 성격은 애국활동에서도 잘 두드러졌다”며 “고문과 징역 이후에도 부친은 조국의 독립과 민족의 자유만을 바라셨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광복의 갚진 의미를 생각지 못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야속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며 “선열들의 희생이 제대로 기억되는 나라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강우성 기자 khaih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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